17년간 8조여원 투입된 조수차단벽 생긴 이래 상습 침수는 옛말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수상 도시 베네치아에서 상습 침수는 이제 옛말이 됐다.
31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 11시 5분께 베네치아 주변 조수 수위는 154㎝까지 치솟았다.
북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강한 시로코 바람과 만조 시기가 맞물리면서 조수 수위가 이례적으로 높았다.
베네치아 석호 입구에 설치된 조수차단벽(MOSE·모세)이 가동돼 바닷물의 범람을 막았기 때문이다.
모세는 총 78개의 인공 차단벽으로 구성돼 있다. 평상시에는 바닷속에 잠겨있다가 조수 상승 경보가 나오면 수면 위로 솟아올라 조수를 막는 방식이다. 최대 3m 높이의 조수까지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MOSE는 ‘실험적 전자 기계 모듈'(Modulo Sperimentale Elettromeccanico)로 번역되는 이탈리아어 약자다.
성경의 모세를 연상시키는 명칭 때문에 이탈리아 현지 언론매체에서는 모세가 물을 갈라 베네치아를 구했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베네치아는 매년 9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 조수가 상승하는 ‘아쿠아 알타'(Acqua alta) 현상으로 상습적인 침수 피해를 겪었다.
2019년 11월 12일에는 조수가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187㎝까지 치솟아 도시의 85% 이상이 물바다가 됐다.
학교가 문을 닫고 시민과 관광객이 고립됐고, 주택, 상점, 문화유적 등이 물에 잠겨 훼손됐다. 총피해액만 약 10억유로(약 1조4천370억원)로 추산됐다.
베네치아에서 수 세기 동안 반복된 대홍수는 17년의 공사 기간에 60억유로(약 8조6천221억원)가 투입된 모세가 2020년 상반기 완공된 뒤부터 먼 과거가 됐다.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2020년 10월 3일부터 가동된 모세는 베네치아를 보호하며 수백만유로의 피해를 막았고, 시민들이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평가했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모세가 떠오르는 이미지와 함께 모세를 가동하는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다만 모세를 가동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1회당 20만유로(약 2억8천740만원)에 달한다.
2020년 10월 3일 첫 가동 이후 지금까지 모세는 총 60회 상승해 현재까지 지출된 비용은 1천만유로(약 143억7천만원)를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모세가 기후변화에 따른 조수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만큼 장기적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 베네치아 IUAV 건축대 교수이자 환경단체 암비엔테 베네치아의 일원인 안드레이나 지텔리는 “매우 강한 바람과 3m 넘는 높은 파도가 치는 극단적인 기후 조건에서 모세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