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전고투 ‘플로리다 아파트 구조현장’…생존자는 8일째 무소식

미 전역의 구조대원 참여해 24시간 수색 작업…무인 로봇까지 투입

무더위에 폭우·낙하물·붕괴 위험에 수시로 중단…”구조작업 결코 안 멈춰”

수색 작업 진행 중인 플로리다 아파트 붕괴 현장
수색 작업 진행 중인 플로리다 아파트 붕괴 현장

[AP=연합뉴스]

(서프사이드=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1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플로리다주 서프사이드의 챔플레인타워 사우스 아파트 주변에는 요란한 기계음이 끊임없이 울렸다.

모두 잠들 시간대인 지난달 24일 새벽 12층짜리 아파트 136채 중 55채가 무너지는 끔찍한 참사 후 24시간 내내 진행되는 수색 작업이 8일째 이어지는 현장의 모습이다.

현장 주변 도로엔 수백 대는 족히 돼 보이는 경찰차가 아파트로 이어지는 길목을 지켰고, 곳곳에 폴리스라인을 친 채 일반인은 물론 취재진의 접근도 차단했다.

처음엔 해변에 접한 이 아파트의 앞뒤를 중심으로 좁은 통제가 이뤄졌지만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부터는 접근제한 지역이 크게 확대됐다고 한다.

사후 직후부터 현장을 취재한 한 지역 방송사 기자는 연합뉴스에 구조 방해요인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하지만,

생존자가 없고 사망자가 많이 나오면서 수습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날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고 이후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해 백악관 비밀경호국(SS) 요원까지 섞이는 바람에 주변 경비가 한층 삼엄해 보였다.

참사 현장에는 미국 전역에서 모여든 500여 명의 구조대원이 투입됐다.

연합뉴스가 만난 한 구조대원은 구조팀을 18개 팀으로 나눠 건물 곳곳에 대한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물이 빈 곳이 거의 없이 주저앉는 바람에 참사 초기에는 망치와 삽으로 잔해를 파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틀 전 기준 파낸 잔해량은 약 1천360t에 달한다.

잔해는 바로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보관 장소로 옮겨진 뒤 향후 사고원인 조사나 유가족 전달 등을 위해 따로 분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탓인지 현장 주변에는 트럭들이 밤낮없이 수시로 드나드는 모습이 목격됐다.

잔해 운반을 위해 사고 현장 향하는 트럭 행렬
잔해 운반을 위해 사고 현장 향하는 트럭 행렬

(서프사이드=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밤 일렬을 지은 트럭들이 미국 플로리다주 서프사이드의 아파트 붕괴 참사 잔해들을 수거하기 위해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jbryoo@yna.co.kr 2021.7.1.

전날엔 크레인이 잔해더미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가 만들어져 구조 작업의 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 주 당국의 설명이다.

현장에는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서 열 감지기와 360도 시야 카메라를 달고 수색 활동을 벌이는 무인 로봇까지 동원됐다.

또 실종자 수색을 위해 수색견으로 구성된 2개 팀이 꾸려졌다. 작업 환경은 매우 열악해 보였다.

장마철에다 허리케인 시즌까지 겹친 플로리다는 수시로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고, 현장에서 때때로 발생한 화재로 여러 차례 작업이 중단됐다.

간혹 건물 잔해가 낙하하는 경우가 생겨 건축 전문가까지 현장에 배치됐다.

붕괴 참사가 발생한 미 서프사이드 아파트
붕괴 참사가 발생한 미 서프사이드 아파트

(서프사이드=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아파트 부분 붕괴 참사가 빚어진 미 플로리다주 서프사이드의 챔플레인타워 사우스 아파트 뒤편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밤 모습. 136채 중 55채가 붕괴한 해변가 아파트 쪽으로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돼 있다. jbryoo@yna.co.kr. 2021.7.1.

그러나 구조대의 활동은 구조라기보다 수색과 시신 수습에 가깝다는 표현이 더 정확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참사 당일 아파트 발코니 등에서 구조한 40여 명을 제외하면 아직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나오지 못했다.

사망자는 첫날 1명으로 발표된 이후 꾸준히 늘어 전날 밤까지 18명으로 집계됐고, 아직도 무려 145명이 실종 상태로 남아 있다.

찜질방에 온 듯한 고습의 무더위와 간헐적 폭우, 8일째로 접어든 시간표를 생각하면 생존자 구조에 대한 희망은 점점 희미해져 가는 분위기였다.

더욱이 이번 사고는 마치 팬케이크를 쌓아놓은 것처럼 아파트가 폭삭 내려앉은 탓에 생존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애초부터 제기됐다.

전날 새벽 아파트 발코니 부분 사이로 터널처럼 생긴 큰 공간을 처음으로 찾아내 희망이 생겼지만, 사망자 4명을 추가로 수습하는 데 그쳤다.

여성 구조대원인 션 샘페너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지친 표정으로 사고 당일부터 하루 12시간, 길면 18시간 동안 근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몸도 피곤하지만 점점 구조의 희망이 사라지는 것 같아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지역 경찰도 지난달 26일부터 이곳에 투입됐다면서 잠시 집에 다녀오는 것을 제외하면 계속 현장에 머물며 숙식까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고 현장 소식 전하는 취재진들
사고 현장 소식 전하는 취재진들

(서프사이드=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플로리다주 서프사이드의 아파트 부분 붕괴 현장 소식을 전하기 위해 인근에 설치된 언론사 부스들. jbryoo@yna.co.kr

구조대는 기적을 기대하며 아직 희망을 완전히 꺾지는 않는 분위기다.

지미 패트로니스 플로리다 소방서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현장의 구조작업은 절대 중단되지 않는다”며 건물이 구조적으로 손상되고 안전하지 않지만

필요한 안전 조처를 하며 계속 작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날 오전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파트 나머지 건물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작업이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다니엘라 레빈 카바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장은 “구조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가능한 한 빨리 구조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전문가와 상의를 거쳐 다음 조처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조대원들이 벗어놓은 신발
구조대원들이 벗어놓은 신발

(서프사이드=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 플로리다주 서프사이드의 아파트 붕괴현장 수색에 투입된 구조대가 자신들이 머무는 현장 인근 한 모텔에서 신발을 말리기 위해 벗어놓은 모습. jbryoo@yna.co.kr. 202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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