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알려지자 폭력 피해자 보호단체에도 기부 잇따라
딸 “아버지 행동 마음 아팠지만 좋은 일에 보탬돼 자랑스러워”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딥런고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에이버리 샌퍼드(18)의 눈에는 집 앞마당 잔디밭의 모퉁이에 흩뿌려진 동전 8만개가 들어왔다.
10일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범인’은 어머니와 이혼 후 별거 중인 아버지였다.
당시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 아버지는 트레일러를 장착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타고 집 앞마당에 들어와서는,
트레일러에 담겨 있던 동전을 쏟아부었다.
어머니는 “지금 집 앞마당에 뭘 붓고 있는 거냐?”고 물었고 “이게 마지막 양육비다”라는 아버지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지급하기로 했던 딸의 양육비 825달러(약 91만6천원)를 1센트 짜리 동전으로 준 것이다.
샌퍼드는 지역 매체와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어머니뿐 아니라 나까지 곤란하게 만들었다”며
“아버지가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게 속상하다”고 말했다.
샌퍼드와 가족은 마지막 양육비로 받은 동전 무더기를 어디에 써야 할지 상의했고, 결국 ‘세이프 하버 셸터’에 기부하기로 했다.
1998년 설립된 세이프 하버 셸터는 성폭력, 인신매매,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비영리단체로, 연방 지원금 삭감으로 재정난을 겪던 참이었다.
그런데 샌퍼드 모녀의 기부 소식이 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
세이프 하버 셸터에는 적게는 25달러(약 2만8천원)에서 많게는 1천달러(약 111만원)씩 기부금이 전달되기 시작했다.
세이프 하버 셸터가 받은 기부금만 이번 주 들어서만 5천달러(약 555만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샌퍼드는 “아버지의 행동으로 마음이 아팠고 상처를 입었지만, 그 돈이 좋은 일에 보탬이 돼 자랑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세이프 하버 셸터의 메리 모파이는 “샌퍼드 가족은 그들이 겪은 부정적인 일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려놓을 수 있었다”며
“(마지막 양육비를) 기부하고 사연을 공유하기로 한 이들에게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 ‘동전 보복’은 종종 발생하는 일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 3월 조지아주에서는 차량 정비업소에 다니다 그만둔 직원이 밀린 월급을 요구하자,
해당 금액을 기름칠한 동전 9만개로 지불한 일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