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매드랜드’를 연출한 클로이 자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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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아카데미가 다음 달 열리는 제93회 시상식을 앞두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증진하기 위한 조치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한국 영화 ‘기생충’에 최고 영예인 작품상 등 4개 부문 트로피를 안긴 데 이어 올해 시상식 후보 명단에 여성과 아시안 등 유색인종을 대거 포함한 것이다.
오스카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아카데미(AMPAS)는 15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많은 70명의 여성 감독과 배우, 제작진을 후보로 지명했다고 CNN 방송 등이 보도했다.
한 사람이 여러 부문 후보에 중복으로 지명된 것을 포함하면 이날 여성이 후보로 호명된 것은 모두 76차례에 달했다.
5명의 감독상 후보 리스트에는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과 ‘프라미싱 영 우먼’의 에메랄드 페넬 감독 등 여성 2명이 이름을 올렸다. 여성 2명이 감독상 후보에 동시에 오른 것은 오스카 역사상 처음이다.
또 자오 감독은 아시아계 여성 중 처음으로 감독상 후보로 지명됐고, 작품·각색·편집상 후보에도 호명돼 가장 많이 후보에 오른 여성이 됐다.
아카데미는 백인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연기상 부문에서도 아시아계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을 후보로 지명해 역사를 다시 썼다.
AP통신은 전체 20명의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 중 9명이 유색인종이었다고 전했다.
‘미나리’의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은 아시아계 미국인 가운데 처음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된 첫 한국 배우가 됐다.
파키스탄계 영국인인 ‘사운드 오브 메탈’의 리즈 아메드는 무슬림 중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됐다.
아메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이 이 순간 진정으로 연결되는 기회로 느끼는 한 그것은 (저에게) 축복”이라며 후보 지명 소감을 밝혔다.
스티븐 연과 리즈 아메드 등 아시아계 배우 2명이 남우주연상 후보에 한꺼번에 오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또 지난해 별세한 흑인 배우 채드윅 보즈먼(‘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도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돼 오스카 역사상 처음으로 남우주연상 부문(총 후보 5명)에서 비(非)백인 배우가 다수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비올라 데이비스(‘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많이 후보로 지명된 흑인 여배우가 됐다.
데이비스는 이번까지 합쳐 모두 4차례 후보로 뽑혔고, 2017년 ‘펜스’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연예 전문매체 버라이어티는 “오스카가 역대 가장 다양한 연기상 후보를 선정했다”며 “9명의 유색인종 배우가 후보에 오르며 다양성 측면에서 기록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난해 극장가를 강타하면서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넷플릭스는 올해 아카데미에 후보작을 출품한 배급사 중 최다 후보를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맹크’를 비롯해 ‘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 등 16편의 영화를 앞세워 35차례 후보로 호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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