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역할로 호평”·”마약 혐의로 조사 중 극단 선택”
‘잠’ 등 출연작 소개…”마약에 엄격한 나라” 한국 법체계도 설명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배우 이선균(48)씨가 27일 숨지자 해외 언론도 일제히 비보를 전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영국 BBC,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날 한국 경찰 당국, 연합뉴스 등 한국 언론을 인용해 이씨가 서울의 한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씨가 대표작 ‘기생충’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에서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주목받았다고 소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씨가 1999년 데뷔 이후 많은 한국 영화와 TV 시리즈에 출연했고 이후 ‘기생충’으로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으며 ‘닥터 브레인’에 출연해 국제 에미상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오른 바 있다고 보도했다.
CNN 방송도 ‘기생충’에서 부잣집 아버지 역을 맡은 이씨가 48세에 사망했으며 장례식은 가족,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치러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씨가 몽유병 때문에 끔찍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남편 역을 맡았던 영화 ‘잠’도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으며,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부문에 초청됐다고 소개했다.
로이터는 이씨가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을 받으며 4관왕에 오른 ‘기생충’의 출연 배우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가 애플 오리지널의 첫 번째 한국어 작품인 SF 스릴러극 ‘닥터 브레인’에서도 주연을 맡았다고 덧붙였다.
AP도 이씨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부유한 가장 역을 맡아 대중에 잘 알려진 인물이며, 그 이전에도 한국 인기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2007), ‘하얀 거탑'(2007), ‘파스타'(2010), ‘나의 아저씨'(2018)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AFP 통신은 이씨가 ‘카리스마 넘치는 셰프’에서 ‘공감 능력 없는 천재 신경과학자’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아 호평받았다고 평가했다.
해외 언론은 지난 10월 이씨의 마약 투약 의혹이 불거진 뒤 이어진 논란에 대해서도 상세히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씨가 최근 불법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혐의를 부인했으며 경찰은 이씨의 사망을 자살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AFP는 이씨가 대마초를 피우고 다른 약물을 투약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며 한때 건실한 이미지의 배우로 유명했던 그가 조사 이후 TV 드라마와 광고 등에서 하차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씨가 지난 주말 19시간 동안 경찰조사를 받는 등 세 차례나 조사를 받았으며, 이씨가 자신을 협박하려던 유흥업소 여종업원에게 속아서 마약을 먹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사실도 연합뉴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씨가 무죄를 주장하며 경찰에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요청했으며, 경찰이 실시한 마약 간이 시약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BBC 방송은 이씨의 마약 투약 혐의 조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거웠고, 그 과정에서 이씨의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 10월에 이씨가 미스터리 TV 시리즈인 ‘노 웨이 아웃’에서 하차한 사실도 짚었다.
이씨는 이 작품에서 현상금을 노리는 시민들에게서 희대의 흉악범을 지켜야만 하는 경찰 백중식 역할에 캐스팅돼 촬영하던 중이었다.
외신들은 한국 사법당국이 마약 범죄에 대해 엄격히 법 집행을 한다는 점도 함께 조명했다.
BBC는 대마초 흡연을 포함한 마약 투약 범죄는 한국에서 심각한 범죄로 인식되며 대마초 흡연 시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 역시 한국에서 마약 관련 법을 위반할 경우 징역 6개월에서 최대 14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AFP는 한국의 마약 관련 법이 매우 엄격하다며 대마초와 같은 마약을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취득했더라도 이를 국내로 반입할 경우 귀국 시 기소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한국의 마약 정책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다면서 한국 국민은 해외에서 불법 마약을 사용한 경우에도 기소될 수 있다고 전했다.
외신은 또 슬픔에 잠긴 이씨의 팬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AFP는 “당신의 연기를 보면서 많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적은 한 팬의 SNS 글을 소개했다.
BBC는 “그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편히 쉬세요”, “연예인도 사람이 아닌가?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다. 너무 슬프다” 등 이씨 사망 기사에 달린 댓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