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 점토판에 성행위 일부로 묘사
남녀 간의 격정적 입맞춤이 약 3천500년 전 남아시아에서 시작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입 주변 물집 등으로 나타나는 헤르페스 ‘단순포진 바이러스 1형'(HSV-1)도 번지게 됐다는 가설이 제기된 적이 있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입맞춤이 본능적인 것인지 아니면 특정 지역에서 기원해 전파된 문화적 산물인지 논란은 있지만 이 가설의 토대가 된 기록물은 성행위적 입맞춤과 관련된 가장 오래된 증거가 돼왔다.
하지만 이보다 1천년 더 이른 시점에 중동의 메소포타미아 문명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성행위적 입맞춤이 널리 퍼져 있었다는 새로운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남녀 간의 성행위적 입맞춤은 모든 문화에서 나타나는 보편성을 갖지 못하고 계층화한 복잡한 사회에서 더 발달한 것으로 제시돼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인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강 사이에서 번성했던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남긴 수천개의 점토판 중에는 입맞춤이 가족, 친지 간에 이뤄지기도 하지만 남녀 간 성행위의 일부로 간주됐다는 점도 분명하게 묘사돼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아르뵐 조교수는 이런 점을 근거로 “입맞춤은 특정 지역에서 시작돼 다른 곳으로 확산한 관습으로 간주해서는 안 되며, 수천 년에 걸쳐 여러 고대 문명에서 있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또 입맞춤이 HSV-1와 같은 특정 바이러스 확산을 촉발하는 ‘생물학적 방아쇠’가 됐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메소포타미아 의료 기록물 중 일부는 ‘부샤누'(Bu’shanu)라는 질환을 언급하고 있는데, 입과 주변에 물집이 잡히는 증상이 헤르페스의 대표적 증상과 유사하다고 지적하면서 “고대 사회에서 입맞춤이 성행했다면 이를 통한 병원균 전파는 거의 상시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연구팀은 “고대 유전자와 유물, 의료 기록물 등은 입맞춤을 통해 전파되는 질환이 최근 연구에서 제시된 것보다 더 오래되고 광범위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성행위적) 입맞춤이 동시대의 다른 문화에서 즉흥적인 행동적 적응으로 생겨나 전파되면서 질병 전파를 가속했을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