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때 피신한후 전쟁 끝난줄 몰랐어
사냥, 채집해 먹고 나무껍질로 옷 만들어
“가공식품·음주 등 문명화한 삶이 치명적”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의 공습을 피해 정글에서 숨어살다 41년만에 문명사회로 돌아와 화제가 됐던 ‘현실판 타잔’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13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베트남 정글에서 나와 8년째 문명사회의 일원으로 살던 ‘현실판 타잔’ 호 반 랑이 간암을 앓은 끝에 지난 6일 오전 7시께 사망했다.
랑의 아버지 호 반 탄은 1972년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공습으로 가족의 절반을 잃자, 두 아들과 아내를 데리고 피난을 떠났다.
전쟁의 충격으로 정신이 온전치 않던 아버지 탄은 피난 중 아내를 구타한 뒤 두 아들 중 랑만 데리고 꽝응아이성 트라 봉 지역의 정글로 들어갔다.
이들은 40여년 동안 사냥과 채집으로 식량을 구하는 고립된 자급자족 생활을 이어갔다.
과일과 나무뿌리를 주로 섭취했고 나무껍질로 하반신을 가리는 옷을 만들어 입었으며, 지상 5m가량 높이에 오두막집을 만들어 살았다.
2013년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하자 도움이 필요해진 랑이 마을에 들어서며 41년 만에 문명사회와 다시 접촉하게 됐다.
땔감을 모으러 나선 지역 주민들이 문명인이 아닌 것 같은 행동을 하는 이들의 모습을 봤고, 지역 당국에 이를 알렸다.
당국은 그해 8월 구조팀을 구성해 5시간가량 수색한 끝에 이들을 찾아 마을로 인도했다.
당시 아버지는 소수부족인 코르족의 언어를 썼지만, 랑은 감탄사 등 기본적인 단어 몇 개 외에는 언어를 사용하지 못했으며, 이들은 그때까지도 베트남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명 세계로 돌아온 뒤인 2016년 7월께 랑은 그의 생존기술에 관심을 보인 탐험가 알바로 세레조와 다시 정글로 돌아가 5일간 머물며 자신의 과거 정글 생활을 보여주었다.
2017년 아버지가 사망하자 랑은 거주하던 마을 인근 산자락에 움막을 짓고 고립된 생활을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가슴과 복부에 통증을 느꼈는데, 진단 결과 간암이었으며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까지 악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랑과 친구가 돼 2015년부터 그를 지켜본 세레조는 가공식품, 음주 등 문명화된 삶의 양식이 그에게 치명적이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세레조는 “나는 랑과 그의 신체가 이런 급격한 변화를 견딜 수 없을 것이라 항상 걱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정글에서 함께 지낼 때 내가 몇시간 동안 하는 일을 그는 몇초 만에 해냈다”면서 “랑은 내가 만난 사람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상냥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2017년 랑을 소재로 쓴 책 ‘호반랑’은 아직도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