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같은 엄마…마지막 된 굿나잇 통화” 희생자들 비통한 사연

애틀랜타 참사 추모 현장서 ‘연대’ 피켓 든 흑인

(애틀랜타=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17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총격 참사 현장인 골드스파 정문 앞에서 한 흑인이 1인 연대 시위를 하고 있다. 2021.3.18 honeybee@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이분들 중 누구도 그런 일을 당할 이유가 없었던 분들입니다.”

미국 애틀랜타 총격사건으로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속속 알려지면서 비통함을 더하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나온 희생자 8명 중 6명은 아시아계 여성들인데, 아직까지 신원이 자세하게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가 여느 날처럼 일터에 나갔던 노동자이자 저녁에는 돌아갈 가족이 있는 엄마였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인터넷매체 악시오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애틀랜타 스파 두곳의 희생자 4명은 모두 중장년층 한국 여성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 중에서도 51세 그랜트(한국 성씨는 김·51)씨는 유일한 한국 국적 희생자로, 고국을 떠나 낯선 땅에서 홀로 두 아들을 키워낸 성실한 싱글맘이었다.

사건 당일 일터인 골드스파로 나갔다가 백인 총격범의 총에 맞아 다시는 두 아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생전 내내 그리워했던 고향 땅도 살아서 밟아보지 못한 채 이역만리에서 눈을 감았다.

장남인 랜디 박(23)씨는 “친구 같은 엄마였다”면서 “항상 한국에 가고 싶었지만, 엄마는 일을 해야만 했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여자친구 문제든 뭐든 생기면 나는 엄마에게 무엇이든 말할 수 있었다”며 고인에 대해 “춤과 파티를 좋아했으며 10대 소녀 같았다”고 회상했다. 한국 음식점에서 함께 먹은 순두부찌개와 엄마가 직접 해준 김치찌개도 떠올렸다.

그랜트씨는 차가 없어서 직장이나 근처 친구 집에서 잠을 청하는 일이 많았고, 이 때문에 두 아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일이 끝나면 밤마다 전화를 걸어 두 아들을 챙겼다고 랜디 박씨가 전했다.

사건 발생 전날인 15일 저녁의 통화가 마지막이 돼버렸다. 그랜트씨는 당시 전화를 걸어와 별일이 없는지 밥은 먹었는지 등을 물어본 뒤 잘 자라는 ‘굿나잇’ 인사를 아들들에게 전했다.

둘째 아들인 에릭 박씨는 “나는 엄마가 우리를 위해 일하는 것을 알았다. 때문에 엄마가 함께 있지 못해도 한번도 화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격려했던 엄마였다.

골드스파에서는 그랜트 씨를 포함해 한인 여성 3명이 숨졌다. 나머지 2명은 74세 박모씨, 69세 김모씨로 이들 또한 자녀를 둔 동네 주민이자 스파 관계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스파인 아로마세라피스파에서 희생된 유모(63)씨에게도 사건 당일은 여느 날과 다름없는 평범한 근무일이었다.

이곳은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고된 뒤 새로 구한 일자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터는 순식간에 총탄이 빗발치는 지옥으로 변했고, 두 아들의 엄마인 유씨의 목숨을 앗아갔다.

인근 체로키카운티의 마사지숍에서는 희생자 4명이 나왔는데, 이중 2명은 아시아계 중년 여성, 나머지 2명은 백인이다.

이 가운데 중국 출신인 샤오제 탄은 마사지숍 운영자였는데, 쉰살 생일을 나흘 앞두고 딸(29)을 뒤로한 채 목숨을 잃었다.

마사지숍 종업원이던 아시아계 여성 다오위 펑(44)도 근무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총탄에 맞아 숨을 거뒀다.

마사지숍 고객인 백인 여성인 딜레이나 애슐리 욘(33)은 남편과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가 변을 당했다.

총성이 울릴 동안 다른 방에 있던 남편은 생존했다.

욘은 와플 식당 종업원으로 근무하면서 결혼 전까지 13살 아들을 홀로 키웠다고 한다. 고인은 슬하에 8개월 된 딸도 뒀다.

총격의 또다른 희생자 폴 안드레 미컬스(54)는 미 육군 복무를 마친 사업가였다고 유족은 전했다. 백인 남성인 그는 20년 전 결혼해 가정을 꾸려왔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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