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APEC 첫 참석…대통령 존재감 부각·국정소홀 비판 감안 관측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대선 패배 이후 백악관에 칩거하면서 공개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처럼 각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외교무대에 얼굴을 내밀었다.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전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강력한 경제성장을 통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번영 증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부터의 전례 없는 경제적 회복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APEC 정상들은 향후 20년간 APEC 어젠다의 초점을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에 맞추는 ‘APEC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의 성공적 개발을 포함해서 미국의 글로벌 보건 리더십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대선 승리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돌아간 이후 공개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사실상 백악관에서 두문불출해왔다.
즐기던 취재진 문답은 일절 없었고 국내 현안과 관련한 일정도 거의 잡지 않았다. 외국 정상과의 통화는 10월 말 프랑스 니스 테러 사건에 따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가 마지막이었다고 CNN방송은 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APEC 회의 참석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2018년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참석했고 2019년엔 의장국 칠레가 시위 사태로 행사를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회의 참석도 막판에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불복 행보를 이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위상을 분명히 하기 위해 중량감 있는 외교무대 등장을 택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불복 행보로 국정 및 외교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이날 정상들이 회의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총리실 청사가 포함된 APEC 공식 화면을 배경으로 등장한 데 비해 트럼프 대통령은 혼자 미국 대통령 직인 모양 장식을 배경으로 등장했다.
AFP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배경 사용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약값 인하를 주제로 한 회견도 했다. 일주일 전인 13일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회견을 한 이후 대면 행사를 위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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