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코카인은 위스키보다 나쁠 것이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중계돼 파문이 일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페트로 대통령은 전날 밤 각료회의에서 코카인이 불법인 이유는 “남미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 산업은 코카인이 전 세계적으로 합법화되면 손쉽게 해체될 수 있다”면서 “이건 와인처럼 팔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좌익 게릴라 단체에 소속된 경력이 있는 페트로 대통령은 2022년 8월 취임한 이래 마약 재배 농가 등을 겨냥한 군경 단속을 극도로 줄이고 해상을 통한 마약 밀수 차단에 주력하는 정책을 펴왔다.
마약 생산 및 유통 차단과 마약조직 소탕보다 미국 등 선진국의 마약 수요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그가 집권한 이듬해인 2023년 한 해 동안 콜롬비아에서 코카인의 원료 작물인 코카가 재배되는 면적은 전년보다 10%나 증가했다.
모든 잎을 수확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량은 2천664t으로 53%나 늘어났다고 한다.
이번 발언은 마약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주민 송환 문제로 갈등을 빚은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들을 태워 콜롬비아로 보낸 미군기의 착륙이 거부되자 지난달 26일 콜롬비아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페트로 대통령은 이후 9시간 만에 미국 측 요구를 모두 수용하며 사실상의 항복을 선언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프란시아 마르케스 부통령을 비롯한 각료들이 페트로 대통령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일대 혼란이 초래되기도 했다.
이들은 도청과 불법선거자금 조달 등 스캔들에 휘말린 대통령 측근들이 최근 외교장관과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것을 문제 삼았다고 FT는 전했다.
그 여파로 이튿날 호르헤 로하스 행정부처장과 후안 다비드 코레아 문화부 장관이 사임했고, 후안 페르난도 크리스토 내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더는 정부가 유지될 수 없다며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다.
이처럼 정국혼란이 불거진 데 대해 페트로 대통령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장관급 인사 일부가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굳힐 목적으로 내분을 조장 중이란 주장을 펼쳤다고 FT는 보도했다.
컨설팅 업체 ‘테네오’의 남미 담당 상무이사 니컬러스 왓슨은 “각료회의를 텔레비전으로 중계한다는 아이디어가 지난달 26일 그가 촉발한 미국 관세 위기에도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면 엄청난 역효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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