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천택 선생이 집필한 쿠바 이민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미수교국 중 하나인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는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꽤 거리가 있는 나라다.
이런 먼 나라 쿠바에도 이미 1세기 전에 이미 한인들이 처음 발을 디뎠고, 뿌리를 내렸다.
오는 25일이면 1세대 한인들이 쿠바에 도착한 지 꼭 100년이 된다.
쿠바 한인 이민사의 시작은 1905년 멕시코 에네켄(용설란의 일종) 농장에 노동 이민을 온 한인 1천여 명이었다.
에네켄 농장에서 노예와 같은 강제노역에 시달리던 한인 중 300명가량이 계약이 종료된 후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기 위해 또 한 번 배를 타고 국경을 넘었다.
쿠바에서도 고난은 이어졌다.
설탕 공급 과잉으로 사탕수수 농장의 파산이 속출하면서 한인들은 쿠바 마탄사스와 카르데나스의 에네켄 농장에서 멕시코에서와 같은 고된 노동을 이어갔다.
이방인으로 고단한 삶을 이어가면서도 한인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먼 곳에서 힘을 보탰다.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상하이 임시정부와 광복군에 독립자금을 지원했고, 한글 교육기관을 세워 후손들이 한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힘썼다.
1997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된 독립운동가 임천택(1903∼1985) 선생을 비롯해 우리 정부로부터 포상을 받은 독립 유공자들도 여럿 있다.
현재 1천 명가량으로 추정되는 쿠바의 한인 후손들은 멕시코 한인 후손들과 마찬가지로 상당 부분 현지에 동화했다.
1세대 한인들의 성비 불균형으로 현지인과 결혼한 경우가 많아 외모나 언어에서 한국의 흔적을 찾긴 쉽지 않다.
그러나 후손들은 매년 광복절을 기념하고 한국 문화를 익히는 등 한국의 뿌리를 기억하려 하고 있다.
수도 아바나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중미·카리브지역협의회의 주도로 지난 2014년 한인 후손 문화원(호세 마르티 문화원 한국·쿠바 문화클럽)이 문을 열기도 했다.
임천택 선생의 아들로, 1959년 쿠바 혁명에 참여한 후 쿠바 산업부 차관까지 지낸 임은조(헤로니모 림·1926∼2006)를 포함해 주류 사회에서 활약한 후손들도 있다.
올해 쿠바 한인 이민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가 마련될 예정이다.
미수교국 쿠바를 관할하는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은 연내 기념 다큐멘터리 제작과 백서 편찬 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쿠바 내 한국 주간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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