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이 되면 각 언론사에서는 한 해 동안 일어났던 사건들을 되짚어보는 ‘올해의 뉴스’를 선정합니다. AP,AFP,로이터,UPI 등 세계 유수의 통신사는 물론, 다양한 언론 매체들은 한 해를 마무리할 때가 되면 ‘올해의 사진’을 선정해 발표합니다. 전문가들이 엄선한 각종 ‘올해의 사진’은 지난 한 해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를 직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해줍니다.
2020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코로나19일 겁니다. 실제로 올해 11월 영국 콜린스 사전은 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lock down)’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습니다. 콜린스는 ‘록다운’을 “여행과 사회적 상호작용, 공공장소 접근권 등과 관련한 엄격한 제한 조치의 시행”이라고 정의했고 “수십억 명의 공유된 경험을 압축하는 단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45억 개 이상의 단어를 가진 영어 분석 데이터베이스인 콜린스 코퍼스에 지난해 ‘록다운’은 4천 회 등록됐지만, 올해는 6천% 증가한 25만 회에 달한다고 합니다.
‘록다운’ 외에 올해 가장 사용이 많이 늘어난 단어에는 ‘펄로'(furlough·휴가 또는 일시 해고), ‘키 워커'(key worker·필수 노동자), ‘셀프-아이솔레이트(self-isolate·자가격리), ‘소셜 디스턴싱'(social distancing·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등 코로나19 관련 용어 등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정했습니다. 이 역시 코로나19의 연장선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 발표된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코로나19를 마주했던 우리들의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의사들의 노력, 자신의 손으로 어쩔 수 없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슬픔. 공포로 다가온 코로나19가 점점 우리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모습을 보고 있으면 코로나19를 둘러싼 다사다난 했던 한 해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전 세계인들이 코로나19 팬데믹 공포에 휩싸였을 때, 지구는 또 다른 보이지 않는 공포에 물들어 갔습니다. 올해 역대급 폭염이 한반도를 찾아온다는 예보가 무색하게 역대급 장마와 폭우가 전국을 할퀴었습니다. 특히 중부지방은 54일에 이르는 기록적인 장마가 찾아왔습니다. 수십 일 동안 이어진 폭우가 내린 중국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싼샤댐이 범람 위기에 처하는 등 7천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상 기후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꼽습니다. 특히 올해 동아시아를 강타한 흉포했던 폭우는 북극과 러시아에서 발생한 이상 고온의 영향 때문이라고 합니다.
2015년 전 세계는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2℃ 이상 오르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파리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파리협약을 주도했지만, 온난화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협약 탈퇴 선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11월 4일 미국은 협약에서 탈퇴했죠. 하지만 오바마 정부 시절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후 다시 파리협약에 가입할 것을 공언했고, 전 세계가 이제는 보이지 않는 공포가 아닌 가시화된 온난화의 공포에 직면한 만큼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해법 마련에 함께 힘 모아 보길 기대합니다.
한편 시대의 아이콘과의 이별도 있었습니다. 미국 프로농구 NBA LA 레이커스의 전설 중 한 명인 코비 브라이언트는 지난 1월 2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칼라바사스에서 자신의 딸, 그리고 딸의 농구팀 동료들과 함께 헬리콥터로 이동하던 중 추락해 짧은 생애를 마감했습니다. 1996년 NBA에 데뷔한 코비 브라이언트는 LA 레이커스에서 20년을 뛰면서 5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2000년∼2002년, 2009년∼2010년)을 차지했고 3만3천643점을 기록해 카림 압둘 자바(3만8천387점), 칼 말론(3만6천928점), 르브론 제임스에 이어 NBA 통산 득점 4위에 올라 있습니다. 또한 2008년, 2012년 올림픽에 미국 농구 대표팀으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죠.
브라질 펠레와 더불어 전 세계 가장 위대한 축구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도 11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달 3일 뇌 수술을 받고 통원치료를 받던 마라도나는 25일 자신의 집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1960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주에서 태어난 마라도나는 1976년 아르헨티노스 주니어스에서 프로에 데뷔했으며, 아르헨티나 보카 주니어스,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나폴리 등에서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이런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는 고국에 우승컵을 안기며 대회 MVP를 차지하는 등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으로 등극하게 됩니다. A조 조별 예선 한국과 경기를 펼쳤던 그는 24년 뒤 남아공월드컵에서 감독으로서 한국과 다시 한번 맞대결을 펼칩니다. 1986년엔 선수로, 2010년엔 감독으로서 맞대결을 펼친 허정무 전 감독은 “선수로선 까다로웠고 지도자로선 만만치 않은 승부사”였다고 그를 추억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 한 해가 이렇게 슬픔만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행진을 벌이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올해 2월 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에 올랐습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것은 1955년 델버트 맨 감독의 영화 ‘마티’ 이후 64년 만이라고 합니다. 또한 봉 감독 이전에 아시아계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것은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 2013년 ‘라이프 오브 파이’를 만든 대만 출신 리안 감독뿐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아시아계 작가가 각본상을 받은 것도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기생충’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한국어로 된 영화가 자막의 장벽과 백인 중심의 할리우드의 장벽을 넘어 새 역사를 만들어 낸 것은 날로 커지는 한국 문화의 역량을 대변해주는 듯합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올해의 사진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올해의 사진’은 무엇인가요? 또 2021년에는 어떤 사진이 올해의 사진이 되면 좋을까요? ‘올해의 사진’은 여러 사람의 공감을 받는 사진이 될 텐데 ‘좌절”공포”부정’ 등 보다는 ‘희망”사랑”긍정’에 초점을 맞춘 사진이 ‘올해의 사진’이 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