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연루 강력범죄…총기 살인율, 유럽 평균의 2.5배
평화로운 사회복지국가로 손꼽혀온 스웨덴이 갱단의 강력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시시간) ‘평화로운 스웨덴이 어떻게 유럽의 총기-살인 수도가 됐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총기 살인 등 강력 범죄가 급증한 스웨덴을 조명했다.
스웨덴의 국가범죄예방위원회에 따르면 마약 거래와 관련된 영역 다툼으로 인해 스웨덴의 총기 살인율이 유럽 평균의 약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총기류의 유입, 소외된 이민자 사회의 청년 인구, 사적 복수 등도 강력 범죄 증가의 배경으로 꼽혔다.
WSJ은 범죄자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수류탄을 던지거나 폭탄을 설치하는 등 폭력적인 수법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해 아이들을 포함해 행인이 다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날로 과격해지는 갱들의 폭력에 현지인들은 경악하고 있다. 한 갱단 아내는 갓난아이를 품에 안은 채 길거리에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으며 지난 1월에는 스톡홀름 도심의 한 레스토랑에서 폭탄이 터지기도 했다.
스톡홀름 남부 교외 지역의 한 주민은 “여기서 자랐고 항상 안전하다고 느꼈지만, 지금은 오후 8시 이후에 밖에 나가는 게 무섭다”고 말했다. 또 13살 아들이 범죄 유혹에 빠질까 걱정하기도 했다.
강력 범죄의 배후 인물로는 악명 높은 갱단 지도자 라와 마지드(36)가 지목되고 있다.
스웨덴의 범죄조직에 관한 책을 낸 디아만트 살리후는 “마지드는 ‘스칸디나비아의 파블로 에스코바’가 되겠다는 야망을 가진 기업가형 갱단 지도자”라고 말했다. 파블로 에스코바는 콜롬비아의 악명 높았던 ‘마약왕’이다.
‘쿠르드 여우’로 불리는 마지드는 이라크의 쿠르드 자치구에서 피신한 부모와 함께 1986년 갓난아기 때 스웨덴에 왔으며 이후 스웨덴 시민권을 취득했다. 그의 어머니는 쿠르드계 페쉬메르가 민병대의 일원으로, 사담 후세인의 통치에 맞서 싸운 것으로 전해졌다.
젊은 시절 그는 범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사촌들과 어울렸으며 2006년 20살의 나이에 징역 3개월을 처음 선고받았다. 여러 차례 교도소를 드나든 그는 현재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튀르키예에서 마약 조직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웨덴 경찰은 그가 여전히 스웨덴 국내 마약 사업에 적극적으로 손을 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3월 스톡홀름 북부 웁살라에서 일어난 총격 살인 사건의 배후에도 그의 부하들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스웨덴이 튀르키예 당국에 마지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지만 거부됐다. 터키와 스웨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를 두고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튀르키예는 자신들이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스웨덴이 옹호한다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제동을 걸고 있다.
WSJ은 스웨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총격 사건이 이주 배경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해 우파 포퓰리즘의 부상을 가져오기도 했다고 짚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20%가 넘는 득표율로 제2당에 오른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은 스웨덴의 이민정책을 폭력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갱단 조직원이었다가 범죄학자가 된 니코이 디제인은 난민들이 사회에 통합되도록 돕는 데 실패한 스웨덴 당국에도 책임이 있다며 “범죄자들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피해자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