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색감·형태 생생…음식 찌꺼기 묻은 도기 항아리도 ‘눈길’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폼페이에서 고대 로마 시대 서민들이 요기하던 간이 식당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폼페이 유적을 보존·관리하는 폼페이고고학공원은 2천 년 전 거리 음식을 팔던 간이 식당 유적을 발굴해 26일(현지시간) 언론에 공개했다.
이번에 발굴된 유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색감과 이미지 형태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벽화다.
판매대로 짐작되는 곳의 벽면에는 오리와 수탉, 목줄로 묶인 개, 해마를 타는 바다의 님프(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여신 또는 요정) 등이 그려져 있다.
이 가운데 그림으로 표현된 동물은 음식 재료로 쓰인 것들로 파악된다.
아울러 생선과 고기를 넣어 만든 ‘파에야’류와 새끼염소, 돼지, 소, 달팽이, 콩을 갈아 넣은 와인 등 당시 먹던 음식의 잔재가 묻은 여러 도기 항아리도 발굴돼 눈길을 끈다.
고대 로마 시대 간이 식당은 주로 하층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폼페이 등에서는 지금까지 80여 개의 이러한 간이 식당이 세상 밖으로 나왔는데 이번에 발굴된 것이 그 가운데 보존 상태가 가장 좋다고 한다.
폼페이고고학공원 책임자인 마시모 오산나 박사는 “간이 식당 중에서는 처음으로 완전한 형태로 발굴돼 고고학·지질학·화산학 등의 학문적 연구 가치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음식 잔여물은 고대 로마인들이 주로 어떤 음식을 소비했는지를 파악할 중요한 단서라며 향후 관련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폼페이는 로마제국에서 가장 번성했던 도시 가운데 하나였으나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이라는 천재지변으로 한순간에 폐허가 됐다.
16세기 수로 공사 도중 유적이 출토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발굴 작업이 시작돼 현재는 과거 도시 형태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보존 상태가 훌륭한 데다 당시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고고학적 가치도 커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1년에 400만 명 이상의 내·외국인 방문객이 찾는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