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바다 또…아이슬란드, 고래 상업 포경 다시 허용

아이슬란드 정부가 올해 일시적으로 참고래의 상업용 포경을 금지했다가 다시 허용키로 하자 동물보호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아이슬란드 정부는 6월 참고래 포경 방식이 너무 잔혹해 동물 권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지난달 말까지 일시적으로 포경을 금지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참고래 포경에 관한 세부 규칙을 정비해 동물학대 논란이 적어진 만큼 금지 조치를 연장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참고래는 대왕고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포유류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이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포경을 다시 허용하면서 포경 종사자에 대한 교육 강화, 장비 개선, 모니터링 강화 등 대책을 내놓았다.

현재 아이슬란드 어민들은 수류탄이 달린 작살을 고래에 맞혀 포경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이번 결정은 포경 장비와 방법을 개선하면 고래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는 실무그룹의 조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반디스 스바바르스도티르 아이슬란드 농업식품부 장관은 가디언에 보낸 성명에서 “금지령이 만료됨에 따라 정부는 포경 장비와 방법을 개선하고 감독을 강화하는 등 엄격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스바바르스도티르 장관은 또 “포경에 대한 나의 개인적 또는 정치적 견해와 상관없이, 포경의 미래에 대한 평가와 공식적인 절차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이어 포경 허가는 자신이 취임하기 전인 2019년에 내려진 것으로, 올해 말까지 유효하다면서 “내년 신규 포경 허가에 대한 결정은 아직 내려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이슬란드에서 포경을 영위하는 기업은 크발뤼르라는 회사 하나밖에 없다. 내년에도 이 기업에 포경 사업을 허가해줄지는 유동적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동물 보호 운동가들은 아무리 포경 장비와 방법을 개선해도 고래의 고통스러운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래·돌고래보호협회(WDC)의 루크 맥밀런은 “훈련과 교육을 실시하고 장비와 방법을 개선해도 포경은 용납될 수 없다”며 “바다에서 인도적으로 고래를 죽이는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맥밀런은 “고래들은 앞으로도 계속 고통을 겪을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고 엄청나게 후퇴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단체들은 고래들이 이미 바닷속 각종 어망과 오염 물질로 고통받고 있고 선박과의 충돌, 기후위기 등 무수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의 유럽 이사인 루드 툼브록은 “스바바르스도티르 장관이 ‘상업적 고래 살해’의 잔인함과 끔찍함을 보여주는 과학적 증거들을 확보하고도 이를 도외시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바다에서 작살로 고래를 잡으면서 잔인하고 피비린내 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아무리 포경 장비와 방법을 바꿔도 결과는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스바바르스도티르 장관은 6월 정부 의뢰로 작성된 보고서에서 포경이 아이슬란드의 동물 복지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뒤 지난달 말까지 잠정적으로 포경을 중단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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