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출 주춤한 사이 美·日서 한국산 화장품 점유율 확대
“프리미엄 화장품 中수출 소폭 증가 예상…아세안 등 신시장 집중해야”
지난 1∼2월 한국의 화장품 수출이 지난해보다 3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한한령과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쪼그라들었던 K-뷰티가 지속적인 한류 효과와 중국 외 지역으로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제2 전성기’를 맞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3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월 한국의 화장품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36.2% 증가한 15억1천500만달러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보면 러시아(-7.5%)를 제외한 중국, 미국, 일본, 베트남, 홍콩,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10대 화장품 수출국에서 일제히 상승했다.
1위를 차지한 대(對)중국 수출액은 17.7% 늘어난 4억1천800만달러로 집계됐다.
중국은 20여년간 화장품 최대 수출국이었다.
대중국 화장품 수출액 증가율(전년 대비)은 2010년 166.6%(3억2천9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4년(95.2%·5억9천500만달러), 2015년(99.2%·11억8천500만달러)에도 가팔랐다.
그러나 한한령이 본격화한 2016년 증가율이 33%로 급격히 꺾인 이후 2022년과 2023년에는 연속으로 26%, 23.1% 감소했다.
연간 수출액 역시 지난 2021년 48억7천900만달러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이후 감소 추세다.
올해 들어 대중국 화장품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을 두고 전성기 때의 성적표가 단숨에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다만 올해는 한국산 기능성·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소폭 상승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2024 수출전망 및 지역별 시장 여건’ 보고서에서 “화장품의 경우 중국 내에서 생산된 자국 브랜드 시장의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라면서도 “지난해 중국의 기능성 화장품 시장이 17%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산 기능성·프리미엄 화장품 수출에서도 소폭 증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으로의 수출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지난 1∼2월 대미국 화장품 수출은 작년 동기보다 69.2% 늘어난 2억4천300만달러로 중국에 이어 2위였다.
대미국 화장품 수출은 지난해에도 12억1천4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8억3천900만달러)보다 44.7% 뛰어올랐다.
미국은 중국 시장이 쪼그라든 사이 화장품 수출 실적을 견인하는 고성장 시장으로 꼽힌다.
실제로 화장품 수출에서 미국 비중은 2019년 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5월에는 누적 12%로 성장했다. 한국은 미국의 화장품 수입 3위국이었지만 2020년부터는 2위국으로 한 계단 상승하는 등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3위를 기록한 대일본 화장품 수출은 지난 1∼2월 작년보다 31.3% 증가한 1억5천400만달러였다.
특히 일본 내 한국 화장품 입지는 한류의 일상화와 함께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한국 화장품의 일본 내 점유율은 2022년 23.4%를 기록해 전통의 화장품 강국인 프랑스를 처음으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K-뷰티 수출이 다시 한번 비상하기 위해서는 중국, 미국, 일본 등 전통적인 대규모 수출국 외에 아세안, 대양주, 중동, CIS(독립국가연합) 등의 신시장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 화장품과 한국식 화장법이 인기를 끌고 있는 아세안 지역에서는 할랄 인증 제품을 앞세울 경우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난 1∼2월 수출액이 3천200만달러로 9위에 그쳤지만, 증가율은 210.7%로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았다.
베트남은 명절 선물 수요로 지난 1월 수출이 84.4% 치솟았다.
코트라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세안 지역은 한류의 인기가 높아서 화장품 수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세밀한 접근이 요구된다”며 “4위 수출국인 베트남의 경우 여전히 대기업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 개척에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