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격화 속 관광객 중국 기피…美정부는 여행 재고 권고도
올해 상반기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의 주요 도시를 방문한 외국인의 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4분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중국이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풀고 국경을 열었지만, 외국인 방문객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1분기에 여행사를 통해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수는 5만2천 명에 불과했다.
중국 관광에 대한 미국이나 유럽 등지의 수요는 훨씬 더 감소했다는 의미다.
반관영인 중국 관광협회의 샤오 첸후이는 최근 한 연설에서 “유럽과 미국, 일본, 한국 관광객의 수는 크게 줄어들었다”고 인정했다.
중국에 대한 외국의 관광 수요가 급감한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와의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6월 미국인들에게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 여행을 재고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국무부는 “중국 정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없이 현지 법을 자의적으로 집행하고 있다”면서 “중국을 여행하거나 거주하는 미국 시민들은 범죄 혐의에 대한 정보 없이 영사 서비스도 받지 못하면서 구금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 때문에 비즈니스 출장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 관련 투자 자문 로펌인 해리스 브릭큰의 파트너 댄 해리스는 “현재 기업들은 중국 출장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한국, 일본 관광객이 떠난 자리 중 일부는 최근 관계가 강화된 러시아 관광객이 채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러시아 관광객들의 지출은 미국이나 유럽, 한국, 일본 관광객들보다 적다는 것이 중국 관광업계의 전언이다.
WSJ은 이 같은 관광객 급감으로 인한 관광업에 침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좀처럼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중국에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외국인 여행자 수의 감소가 중국 관광업계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결정적인 위협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견해도 적지 않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태국 등과는 달리 중국은 국내 여행자의 수요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해제된 뒤 중국인들의 국내 여행 수요가 늘어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