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라파 통로’ 개방 위한 휴전 소식 부인
국경 병력 집결에 교전 격화, 지상전 위기 고조…일부 소개령도
“가자 점령은 실수” 바이든, 이스라엘行 관측…국제사회 외교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전쟁이 발발한지 열흘째인 16일(현지시간) 가자지구와 외부를 잇는 통로가 열릴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외국인 철수와 구호품 반입을 위한 일시 휴전 보도를 일제히 부인한 가운데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를 소탕을 위한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계획을 포기하지 않자 인도적 재앙을 우려한 국제사회는 서방과 아랍권 할 것 없이 입을 모아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통로 개방을 기대한 외국인 수천명이 몰리며 라파 검문소 앞이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곧 공식 성명을 통해 “외국인 철수와 인도적 지원을 위한 휴전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고, 하마스도 휴전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필리페 라자리니 난민구호기구(UNRWA) 집행위원장은 동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로 가자의 우리 UNRWA 동료들은 더는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휴전은커녕 지상전을 앞두고 가자지구 교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스라엘 남부 마을에서는 하마스의 로켓 발사를 경고하는 사이렌이 여러차례 울렸고 이스라엘군은 대거 장벽 앞으로 집결했다.
가자지구의 알쿠드스 병원 주변까지 이스라엘의 폭격이 가해졌으며 이스라엘은 가자 거주민을 향해 남쪽으로 대피할 것을 사흘 연속 촉구했다. 가자지구 북쪽에 있는 병원 20여곳에도 소개령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는 3천명에 육박하며, 부상자는 1만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1천500명 가량이 숨지고 약 4천명이 다쳤다.
국제사회는 무고한 민간인들의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며 이스라엘의 지상작전을 만류하기 위해 분주히 외교를 펼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전격 방문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백악관은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바이든 대통령의 콜로라도 방문 일정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당일 취소되는 것은 이례적으로, 이스라엘행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CBS 방송 인터뷰에서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점령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스라엘 정부에 대해 강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프랭크 매켄지 전 미국 중부사령관은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모두에게 피바다가 될 것”이라며 지상군 투입시 예측불가능한 시가전이 이어지며 전쟁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한 아랍권 국가로 구성된 아랍연맹(AU)과 아프리카 전체 55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한 아프리카연합(AL)은 공동성명을 통해 “재앙을 막아야 한다”며 지상전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중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행위는 자기방어 범위를 이미 넘어섰다”고 비판했으며, 확전 방지와 협상 중재를 위해 내주 중동에 특사를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요구하고, 민간인에 대한 폭력과 테러 행위를 비난하는 내용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채택을 제안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6일 크네세트(의회) 연설에서 하마스를 나치, 이슬람국가(IS)에 비유하며 이들을 격퇴하기 위해 전세계가 단결해야 한다면서 지상작전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또 하마스의 배후로 의심받는 이란과,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 헤즈볼라를 향해 이번 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인접한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 대해 미사일과 로켓포 공격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