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방장관, 바흐무트 점령 필요성 강조…젤렌스키 “지원군 결정하라” 지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이미 장기전 속에 초토화한 이 지역의 전황은 당분간 계속 격화할 전망이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7일(현지시간) 고위 관료 회의에서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내 우크라이나군의 중요한 방어 거점으로, 이곳을 점령하면 추가 공격 작전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쇼이구 장관은 “바흐무트에서는 우크라이나군 방어선 깊숙한 곳까지 작전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며 바흐무트 일대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했다.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주요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라뱐스크로 진격할 수 있는 요충지다. 러시아가 지난해 7월부터 8개월 넘게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공세를 집중하면서 도시는 거의 완전히 파괴됐다.
쇼이구 장관이 이날 바흐무트 점령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 지역에 병력을 쏟아붓고 있는 러시아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이 최근 바흐무트에서 철수할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러시아 당국에 탄약 등 전투지원을 요청한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와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가 자신에 대한 반감을 이유로 물자 지원을 거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바흐무트 전투에서 심각한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쇼이구 장관은 이런 내부 갈등 속에 바흐무트 전황이 불리하게 흐를 가능성을 우려해 이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의 끊임없는 공세 속에서 바흐무트를 지키고 있는 우크라이나 역시 일각에서 제기된 철수설을 일축하고 병력을 증강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밤 연설을 통해 “우리 군 사령부는 바흐무트에서 철수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만장일치로 지지했다”며 “바흐무트에 있는 우리 군대를 지원할 부대를 찾을 것을 총사령관에게 명령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흐무트를 점령하려는 러시아군의 병력 손실이 이 지역을 지키는 우크라이나군의 손실보다 훨씬 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바흐무트는 최근 러시아군이 주변을 포위해 들어가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전략적 후퇴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병력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한 전술상 철수를 했다가 다시 전열을 재정비해 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병력을 더 보내서라도 바흐무트를 사수하겠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이 지역에서 소모전은 당분간 계속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