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베를린 당국이 평화의 소녀상 철거 시한을 이달 28일로 못 박은 가운데 재독 시민단체와 현지 시민들이 5일(현지시간) 소녀상 존치와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오후 코리아협의회와 ‘평화의 소녀상과 함께하는 사람들’ 주최로 베를린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 100여명은 ‘아리(소녀상)는 머물러야 한다’, ‘베그너는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2020년 9월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코리아협의회는 “베그너 시장은 일본 정부를 위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사용하지 말고 베를린 시민들의 요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rbb방송은 베그너 시장이 일본 정부와 분쟁 가능성을 들어 코리아협의회의 청소년 인권교육 프로그램 지원 여부를 심사하는 자문위원회에 예산을 삭감하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지난달 보도했다.
코리아협의회는 베그너 시장이 일본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예산 심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관련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베를린 시의회에 요청했다.
청소년 인권교육은 예산 삭감으로 지난 5월 중단됐다. 강사로 참여했던 역사교사 사샤 마르티노비치는 “주제가 무거운 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그렇게 경청하고 참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교육자로서 몹시 감동했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김용만·이재강·전용기 의원과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이날 베를린을 방문해 베를린시 당국자들을 면담하는 등 소녀상 존치 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오는 6일 행정처분 권한이 있는 슈테파니 렘링거 베를린 미테구청장을 만나 소녀상을 철거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