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원에 80석 규모로 마련…한국영화 상시 상영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한중간에 냉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국문화원에 한국영화 전용상영관(이하 전용관)이 문을 열었다.
24일 베이징시 중심 번화가 가까이에 위치한 한국문화원 지하 1층에 80석 규모로 마련된 한국영화 전용관에서 전용관 개관을 기념한 ‘KOFIC(한국 영화진흥위원회) 한국 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중국 영화관에서 근래 한국 영화가 개봉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비영리 영화관이지만 한국 문화에 관심있는 중국 영화팬들에게 한국 영화에 대한 갈증을 일부나마 해소해줄 공간이 생긴 것이다.
또 정재호 주중대사는 유복근 대사관 경제공사가 대독한 메시지에서 “코로나19로 양국간 문화 및 인적교류가 점점 줄어들고, 한중 청년의 상호 호감도는 계속 떨어졌다”며 “영화는 양국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8일간의 한국영화제를 통해 양국민이 상호 이해를 더 높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안성진 작가와 고(故) 김중만 작가가 촬영한 한국배우 200인 사진전과 병행 개최된 이날 개막식에는 중국 영화계 인사들이 적지 않게 참석해 행사 자체는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힘에 의한 대만 해협 현상변경 반대’를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인터뷰 발언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한 일 등을 계기로 양국 정부 사이에 생긴 냉기류를 반영하듯 이날 행사에 중국 정부 관리는 참석하지 않았다.
호우커밍 중국영화가협회 이사장이 중국 측 인사를 대표해 테이프 커팅에 동참했지만 중국 측 인사의 축사는 없었다.
행사 주최측 관계자는 “중국 영화 관련 국영기업 관계자는 참석했으나 영화국 등 중국 정부 소속 관리는 오늘 참석하지 않았다”며 “현재 한중관계가 미묘해 중국 정부 인사가 한국 관련 행사에 참석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중국 내 영화수출입 업계 종사자는 “중국 영화 업계도 정치적인 문제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한국 영화가 언제 중국에서 정상적으로 상영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앞서 나문희, 이희준 주연의 2020년작 영화 ‘오! 문희'(정세교 감독)가 2021년 12월 중국 본토에서 개봉되며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이후 6년여 만에 중국 상영관에서 관객들과 만난 한국영화로 기록됐으나 그 이후 중국 오프라인 상영관에 걸린 한국 영화는 아직 없다.
홍상수 감독의 2018년 작품인 ‘강변호텔’이 작년 11월 한국 영화로는 6년 만에 중국 OTT(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에 서비스되면서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도 주목됐지만 흐름이 이어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