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치료제를 필수 의약품 목록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29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의 의사 3명과 연구원 1명이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삭센다의 유효성분인 리라글루티드를 포함한 비만치료제들을 필수 의약품 목록에 등재해달라고 신청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신청서에서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하는 약물은 (필수 의약품) 목록에 들어있지 않다”며 저소득 국가에서 비만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건강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등재 신청을 기각하거나 추가 증거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업데이트된 필수의약품 목록은 9월에 제출된다.
WHO의 필수 의약품 목록은 중·저소득 국가의 정부의 구매계획에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된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 6억5천만명 이상이 비만으로, 그 비율은 1975년에 비해 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과체중 인구는 13억명에 달한다.
비만 인구의 70%는 중·저소득 국가에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리라글루티드 등 비만치료제가 필수 의약품 목록에 등재될 경우 이러한 중·저소득 국가의 비만 인구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002년 항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제가 2002년 WHO의 필수 의약품 목록에 추가되면서 가난한 국가의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들이 널리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보고 있다.
또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같은 더 새롭고 강력한 비만치료제가 중·저소득 국가들에 권장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삭센다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GLP-1의 유사체로 하루에 한 번씩 주사하면 체중의 5∼10%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한달분이 미국에서는 450달러, 유럽에서는 150달러 정도가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6월 선보인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역시 GLP-1 기전으로 작동하는데, 1주일에 한 번 주사하고 감량 효과는 체중의 15% 정도로 삭센다보다 높다. 이 때문에 한달분이 1천300달러를 넘는데도 품귀현상까지 일어났다.
로이터는 다만 삭센다와 위고비 모두 장기적인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