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들이 견과류를 돌로 깨 먹을 때 우연히 만들어지는 돌조각들이 초기 인류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진 석기들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가 11일 나왔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토모스 프로핏 박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서 긴꼬리원숭이들이 견과류를 깰 때 만들어진 돌조각들과 초기 인류 석기를 비교, 이런 결론을 얻었다며 이는 조상 인류의 초기 석기 제작에 관한 기존 이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긴꼬리원숭이들은 껍질이 딱딱한 견과류를 깨기 위해 돌을 도구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내리치는 돌과 바닥 돌이 깨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이어 이 돌조각들을 탄자니아와 케냐, 에티오피아 유적지에서 발굴된 것으로 최고 330만년 전 초기 인류가 의도적으로 만들었다고 알려진 올도완(Oldowan) 석기 및 로메퀴안(Lomekwian) 석기와 비교했다.
그 결과 긴꼬리원숭이들이 견과류를 깨는 과정에서 돌들이 깨진 형태가 초기 인류가 만든 석기들의 깨진 형태와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돌조각들이 올도완 석기를 최대 70% 정도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프로핏 박사는 “의도적으로 날카로운 석기를 만드는 능력은 초기 인류 진화에서 중요한 지점으로 간주되며 이런 능력을 언제 어떻게 갖추게 됐는지 밝히는 것은 유물과 화석 연구에서 큰 연구 과제였다”면서 “이 연구 결과는 석기를 만드는 게 인간과 조상 인류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우연히 만들어진 이 석기들은 조상 인류의 석기 제작 기술이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며 이 기술의 기원은 알려져 있는 고고학 기록들보다 훨씬 오래된 견과류 깨는 행동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연구 결과는 고고학에서 조상 인류의 ‘의도적 석기 제작’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고 확인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