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스크서 전투기 5대 파괴되고 대공 미사일 포대 여럿 손상
호주, 우크라에 매달 골판지 드론 100대 제공…”사실상 스텔스기”
러시아 내 군비행장을 급습해 전투기 여러 대를 파괴하는 등 상당한 피해를 준 우크라이나군 무인기(드론)가 골판지로 만든 ‘종이비행기’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미 경제지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지난 주말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의 군비행장을 공격해 미그-29 전투기 한 대와 수호이(Su)-30 전투기 네 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 야전 방공 체계인 판치르 미사일 발사대 두 개와 S-300 지대공 미사일 포대에 포함된 레이더도 손상을 입었다고 한다.
작전반경은 약 120㎞이며 보급, 정찰, 공격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SBU는 이번 공격에 모두 16대의 무인기가 사용됐으며, 이중 3대만이 러시아군에 의해 격추됐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30일 새벽 우크라이나군이 프스코프를 비롯한 러시아 본토 6개 지역을 대상으로 감행한 개전후 최대 규모 드론 공습에도 이 ‘골판지 드론’이 일부 사용됐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SYPAQ 홈페이지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올해 3월부터 매달 100대씩 총 2천만 달러(약 260억원) 상당의 골판지 드론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한 상황이다.
골판지 드론은 네모난 상자 형태로 운반된 뒤 즉석에서 조립돼 사용되며, 난이도는 조립식 가구 수준에 불과하다고 SYPAQ는 설명했다.
텔레그래프는 최근들어 우크라이나 드론에 러시아군 방공망이 뚫리는 경우가 잦아진 데는 골판지 드론의 등장도 일부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레이더는 전자파를 주사한 뒤 대상에 부딪혀 돌아오는 반사파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주변을 탐지한다.
그런데 골판지나 접이식 발포수지 등으로 만들어진 이런 류의 드론은 금속 만큼 전자파가 잘 반사되지 않는 까닭에 현존하는 방공 레이더 대다수가 잡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군사계 일각에선 이단 취급을 받을지 모르지만, 이런 논리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골판지 드론은 세계 스텔스기의 계보에 가장 최근 이름을 올린 항공기로 간주돼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