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별세…향년 94세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로이터와 AP·AFP 통신이 12일 보도했다.

AP는 쿤데라가 프랑스 파리에서 94세를 일기로 숨졌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체코 공영방송 보도를 인용해 별세 소식을 전한 데 이어 그의 주요 작품을 펴낸 프랑스 출판사 갈리마르가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체코 브루노에 있는 밀란 쿤데라 도서관의 대변인은 AFP에 “쿤데라가 오랜 투병 끝에 어제 파리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등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29년 브루노에서 태어난 그는 피아니스트이자 음악학교 교수이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했다.

프라하 카렐대학에서 문학과 미학을 공부하다 영화학부로 옮겼으며 졸업 후 영화 아카데미에서 문학을 가르치면서 시와 소설, 희곡을 썼다.

공산 체제 아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프라하 예술대학 영화학과 교수로 활동하면서 소설 ‘농담'(1967년), ‘생은 다른 곳에'(1973년) 등을 발표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쿤데라는 이들 작품으로 나라 안팎에서 유수의 문학상을 받으며 작가로서 명성을 쌓았지만 모국에서는 상당한 고초를 겪었다.

개혁파 공산주의자로 전체주의에 반대했던 그는 동료 작가들과 함께 1968년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에 참여했다.

하지만 그해 8월 소련의 개입으로 시위가 무력 진압된 뒤 이어진 숙청으로 쿤데라는 교수직을 잃고 작품이 금서로 지정됐으며 집필과 강연 활동에도 제한을 받았다.

쿤데라는 결국 1975년 당국의 탄압을 피해 아내 베라와 함께 프랑스로 망명했다.

1979년 체코슬로바키아 국적을 박탈당한 그는 1981년 프랑스 시민권을 취득했고 2019년에서야 체코 국적을 회복했다.

1989년 체코슬로바키아 공산정권이 무너진 뒤 고국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세상을 떠날 때까지 줄곧 프랑스에서 살았다.

프랑스 망명 후 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며 저술 활동을 이어간 쿤데라는 1984년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한 장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명실공히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소련의 침공으로 스위스로 망명하게 된 외과의사 토마시와 그의 아내인 사진작가 테레자를 중심으로 네 남녀의 운명적 만남과 사랑, 죽음을 통해 역사의 상처를 짊어지고 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내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은 1988년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국내에는 ‘프라하의 봄’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쿤데라는 체코어와 프랑스어로 작품을 썼으며 소설 외에도 시, 희곡, 평론, 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활동을 했다. 다른 대표작으로는 ‘이별’, ‘사유하는 존재의 아름다움’, ‘향수’ 등이 있다.

그는 생전에 체코 작가연맹상, 프랑스 메디치 상, 이탈리아의 프레미오 레테라리오 몬델로 상, LA타임스 소설상 등을 받았으며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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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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