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구실 유출 가능성에도 열려 있어…생물무기 가능성은 너무 나간 것”
“작년 2월 마스크 착용 권고하지 않은 것은 당시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의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이 동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연구소 유출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파우치 소장은 3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출연해 최근 공개돼 논란이 된 자신의 과거 이메일 내용에 대해 해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워싱턴포스트와 버즈피드 뉴스 등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파우치 소장이 코로나19 사태 초기이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작년 1∼6월 주고받은 이메일을 입수해 최근 공개했다.
이들 이메일 중에는 미국의 비영리기구로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WIV)의 연구에 자금을 댄
에코헬스 얼라이언스의 임원이 작년 4월 파우치 소장에게 보낸 게 있다.
이 임원은 이메일에서 파우치 소장이 ‘과학적 증거는 연구실 유출이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의 자연 기원을 뒷받침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CNN 앵커 존 버먼은 이를 두고
“어떤 비판론자들은 이게 당신이 우한 연구소의 연구 배후에 있는 사람들과 너무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뭐라고 하겠느냐”고 물었다.
파우치 소장은 이에 대해 “터무니 없다”며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여전히 가장 가능성 높은 기원은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옮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다른 기원, 다른 원인이 있다면, 그게 연구실 유출이었을 수 있다는 데 대해
전적으로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항상 말해왔고 오늘도 그렇게 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동물과 인간의 접점에서 일어난 일을 역사적으로 보면
더 높은 가능성은 종간 전염(jump of species, 특정 종에 감염돼 있던 바이러스가 다른 종으로 퍼진 것)일 것이란 것”이라며
“하지만 나는 항상 열린 마음을 갖고 있고, 그게 우리가 기원을 계속 탐색해야 한다고 내가 공개적으로 밝혀온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원하는 대로 그것을 오해할 수 있다”며 “그 이메일은 누군가가 나한테 내가 말한 뭔가에 대해 ‘감사하다’고 한 것이고,
나는 가장 개연성 있는 기원이 종간 전염이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파우치 소장은 그러나 중국이 일종의 생물무기로 코로나바이러스를 합성했다는 가설은 개연성이 낮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중국인들이 고의로 뭔가를 조작해 다른 사람들은 물론 그들 자신까지 죽이도록 했다는 아이디어는 너무 멀리 나간 것”이라며
“그건 다소 극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위험 지역으로 여행할 때는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하지 않겠다고 밝힌 작년 2월 이메일과 관련해서는
당시 알려진 과학 지식·데이터의 범위 안에서 내린 판단이었다고 해명했다.
파우치 소장은 “축적되는 과학적 정보를 보면 (작년) 1월과 2월에 진행되던 일, 사실·데이터로 알려진 것이 (내가) 사람들에게 말할 것과 정책에 지침이 됐다”며
그 뒤인 3월, 4월, 5월이 되면서 더 많은 정보가 축적됐고 이에 따라 의견과 권고를 수정하고 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따라서 전염의 상당수가 무(無)증상자란 걸 그때 알았다면, 병원이 아닌 환경에서 마스크가 실제 효과가 있다고 데이터가 입증한다는 것을 그 당시에도 알았다면,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뭔가 달리 했겠느냐고 묻는다면, 물론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했을 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