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미르 총기 테러 사건 여파로 갈등을 빚던 ‘사실상 핵보유국’ 인도와 파키스탄이 결국 6년 만에 다시 무력 충돌했다.
7일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이날 새벽 자국군이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내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하는 기반 시설 등 9곳을 공격하는 ‘신두르 작전’을 개시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에 파키스탄군은 이번 공격으로 민간인 26명이 사망했다며 이번 작전이 ‘전쟁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인도 전투기 5기를 격추하는 등 대응했으며 파키스탄군이 선택한 적절한 시간과 장소, 수단으로 인도에 보복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당국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인한 양국 민간인 사망자는 36명에 부상자는 94명에 달한다.
◇ 인도 ‘신두르 작전’ 단행…”테러단체 정밀 타격”
인도군과 인도 외교부에 따르면 ‘신두르 작전’은 이날 새벽 1시부터 약 30분간 이어졌다.
인도 당국은 이번 공격이 지난달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 사건과 관련된 테러 단체의 무기고와 모병소, 훈련소 등 ‘테러 기반 시설’ 9곳을 타깃으로 삼았다며 미사일 24발을 발사해 정밀 타격했다고 밝혔다.
비크람 미스리 인도 외교부 차관은 “파키스탄 내 테러 조직의 움직임과 정황을 감시한 결과 인도에 대한 추가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돼 사전 예방 차원의 선제적 조치가 불가피했다”며 파키스탄은 이번 테러 사건에도 테러 단체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달 22일 테러의 배후가 파키스탄 테러단체 ‘라슈카르 에 타이바'(LeT)이고 파키스탄과 연결된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번 사건이 인도 내 지역사회 소요를 조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도군도 “파키스탄 군사 시설은 단 하나도 공격하지 않았다”며 “민간인 피해를 피하기 위해 작전 장소를 선정했으며 상당한 자제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인도 NDTV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습으로 파키스탄 내 무장세력이 최소 70명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BBC도 무장단체 자이시-에-무함마드(JeM)의 창시자 마수드 아자르의 가족 10명과 측근 4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JeM은 2019년 인도령 카슈미르 풀와마 지역에서 자살폭탄테러를 자행, 인도 경찰 40여명의 목숨을 앗아가 인도의 대규모 공습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 파키스탄 “모스크·발전소 공격해 민간인 사망…반드시 보복”
하지만 파키스탄은 인도가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외에도 파키스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펀자브주 등 6곳에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모스크(이슬람사원)와 수력 발전소 등이 목표물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공격으로 아동과 여성을 포함해 민간인 26명이 사망하고 46명이 다쳤다고 비난했다.
인도의 이번 공격에 파키스탄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했으며 성명을 통해 “이번 인도의 침략은 명백한 전쟁 행위”라고 밝혔다.
파키스탄군은 보복으로 인도 전투기 5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은 파키스탄군 관계자를 인용해 격추한 전투기 중에는 프랑스산 최신예 라팔 전투기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도군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인도령 카슈미르 스리나가르 등에 비행 잔해가 떨어지고 큰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또 인도 경찰은 파키스탄이 두 나라의 사실상 국경선인 실질통제선(LoC) 너머로 무차별 포격했다며 이로 인해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민간인 10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인도가 파키스탄 펀자브주를 공격한 것은 50여년 만이며 2003년 양국 간 휴전 협정 이후 가장 격렬한 충돌이라고 전했다.
두 나라 TV 방송은 양국 여러 지역에서 폭발이 발생하고 불길과 연기가 치솟으며 주민들이 대피하는 영상들을 보도했다.
파키스탄 당국은 영공을 일시 폐쇄해 모든 국내선 및 국제선 항공편 운항을 중단시키면서 수십편은 항공기들이 결항하거나 항로를 바꿔야 했다. 현재는 항공 운항을 허용한 상태다.
◇ 국제사회, 핵보유국 간 전면전 될까 우려…”확전 위험 매우 현실적”
‘사실상 핵보유국’인 양국이 충돌하면서 국제사회 등은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성명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번 사태에 매우 우려하고 있고 최대한의 군사적 자제를 촉구했다며 “세계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군사적 대립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충돌을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빠른 종식을 바란다”고 말했고, 미 국무부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양국 국가안보 담당자와 통화해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고 소통하자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입장문을 통해 유감을 표하며 “우리는 인도와 파키스탄 양측이 냉정과 자제력을 유지하기를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싱크탱크 윌슨 센터의 남아시아 전문가 마이클 쿠겔만은 “이번 인도 공습의 규모는 2019년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파키스탄의 강력한 대응이 예상된다”며 “양국 모두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핵 억제력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재래식 무력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어 확전 위험은 매우 현실적이며, 빠르게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번에도 분쟁지 카슈미르서 갈등 시작…독립 이후로 끊임없이 충돌
이번 무력 충돌은 지난달 22일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 휴양지 파할감 인근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에서 비롯됐다. 당시 카슈미르 무장세력은 관광객 등을 상대로 총기 테러를 일으켰고, 이 일로 2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
인도는 파키스탄을 테러 배후로 지목한 뒤 인도 내 파키스탄인 비자를 취소하고 파키스탄과 상품 수입·선박 입항·우편 교환을 금지하는 등 제재에 나섰다.
특히 인도는 전날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강 지류 강물을 차단했다.
이에 파키스탄은 테러 연관성을 부인했으며 인도의 물줄기 차단을 전쟁 행위로 간주하겠다며 핵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양국은 테러 사건 이후 이날 새벽까지도 LoC를 사이에 두고 교전을 계속해왔다.
두 나라는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부터 카슈미르를 두고 여러 차례 전쟁을 벌이는 등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2019년 인도령 카슈미르 풀와마 지역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하자 인도가 파키스탄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해 전면전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