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전했다.
지난 봄 관세 충격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이 다시 지갑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하자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급등)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했다.
소비자 신뢰도는 급락했고 뉴욕 증시도 주저앉았다.
하지만 WSJ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이제 기업과 소비자들이 자신감을 되찾고 있고, 지출을 억제했던 사람들이 다시 소비를 늘리기 시작했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증시는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고, 지난 4월 근 3년 만의 최저치로 추락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소매 판매는 경제학자들의 예상보다 더 증가했고 소비자물가 급등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바클레이즈의 미국 경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너선 밀러는 “소비 지표들에 계속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지만, 지금은 느린 속도지만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돌아섰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은 지난주 예상보다 강한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자사의 이코노미스트들이 더는 미국 경기 침체를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제러미 바넘 JP모건 최고채무책임자(CFO)는 “관세 정책의 초기 충격 이후 모두가 일단 멈춘 상태였다”며 “하지만 어느 시점에는 그냥 삶을 이어가야 한다. 영원히 미룰 순 없기 때문에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JP모건은 자사 고객들의 카드 사용이 7% 증가했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다른 은행도 이익 증가를 발표했다.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은 여행 수요가 개선됐다고 언급했다.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인 콘스턴트 콘택트가 이달 소규모 기업을 운영하는 1천267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44%가 수요가 지난 1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분의 1은 향후 3개월 내 사업 성과가 더 좋아질 것으로 매우 낙관했다. 또 약 3분의 1은 그때까지 직원 수를 늘리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노동 시장에서는 민간 고용이 둔화하면서 약세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실업률(6월 4.1%)은 역사적 기준에 비춰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뉴욕시에 본사를 둔 대학 입학 상담업체 커맨드 에듀케이션은 전통적으로 봄이 성수기인데 올해는 달랐다.
크리스토퍼 림 최고경영자(CEO)는 7월 첫 주 신규 고객 등록 수가 올들어 6월까지 월간 등록 수보다 더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3~4월 주식 재산이 줄어든 부유층 고객들이 8만5천달러를 넘는 연간 이용료 지급을 꺼렸다며 “주식 시장이 너무 불확실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는 태도였다. 이제 그들은 준비가 됐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의 봄철 비관론은 관세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한 근거로 작용했는데 이런 우려는 점차 누그러졌다.
6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4%로 예상했다. 지난 4월에는 6.6%를 예상했다.
브런치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선라이즈 소셜을 운영하는 아론 앤더슨은 관세와 높은 금리 때문에 여전히 신규 영업점 개장 같은 대규모 투자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신 그는 기존 영업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이나 인력 채용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하던 무렵 도구 업체 리콘 툴스를 설립한 크리스천 리드는 올봄이 더욱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회사가 중국과 태국 등에 있는 공장들과 협력 관계인 상황에서 관세 위협에 신규 제품 생산을 일시 중단하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나 이달 초쯤 그는 가격과 소비자 지출에 극심한 변동은 일어나지 않았고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에 지쳤다는 점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