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하는 대통령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꼭 이전해야 하나”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MB) 사면을 반대하는 청원에는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며 “사법 정의와 국민 공감대를 잘 살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청와대 국민청원의 마지막 답변자로 나서서 총 7건의 청원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우선 문 대통령은 대통령집무실 이전을 반대하는 2건의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에서는 “(윤 당선인이) 원래 공약했던 광화문 이전이 어렵다면, 그런데도 큰 비용을 들여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꼭 이전을 해야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JTBC에서 방송된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도 집무실 이전에 대해 “개인적으로 저는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된다”고 언급한 것에 이어 거듭 반대 입장을 피력한 셈이다.
특히 이번 답변에서 문 대통령은 “이전을 한다고 해도 국방부 청사가 가장 적절한 곳인지, 안보가 엄중해지는 시기에 국방부와 합참, 외교부 장관 공관 등을 연쇄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국가의 백년대계를 토론 없이 밀어붙이면서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하니 무척 모순적이라고 느껴진다”며 집무실 이전의 추진 과정을 지적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차기 정부가 꼭 고집한다면 물러나는 정부로서는 혼란을 더 키울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실적으로 더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청와대가 한때 구중궁궐이라는 말을 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계속해서 개방이 확대되고 열린 청와대로 나아가는 역사였다”며 “성공의 역사를 단절시키지 않고 축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시 한번 집무실 이전을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 사면 반대 청원에 대해서는 “청원인과 같은 의견(사면 반대)을 가진 국민들이 많다. 반면 국민화합과 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며 “사법 정의와 국민 공감대를 잘 살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아직은 원론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며 더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사면을 반대하는 청원에 대해 ‘찬성 의견도 많다’는 점을 상기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메시지는 사실상 사면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청와대에는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경제단체 등을 중심으로 이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석기 전 의원 등 정치인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 여기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를 사면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를 ‘동시 사면’할 것인지가 최대의 관심거리로,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리는 내달 3일 이전에는 결심을 끝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의료민영화를 막기 위해 제주 영리병원을 국가가 매수해달라’는 취지의 청원에 대해서도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의료민영화 우려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국가 매수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하기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해당 병원에 대해서는 내국인 진료금지 조건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최종적으로 사법적 판단이 어떻게 날지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고양이 학대범을 강력 처벌을 요구한 두 건의 청원에 대해서는 “지난 5년간 우리 정부가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했지만 아직 관행과 문화는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며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 대해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신 청원”이라며 “지난 5년간 언제나 과분한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 퇴임 후에도 성원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청원제도와 관련해서도 “국민청원권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어느 정부에서든 국민 호소에 귀를 기울이며 성심껏 답하고 국정에 담아내는 노력이 지속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