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공중에서 떨어지는 구호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날로 악화하는 와중에 구호품의 육로 전달에 어려움이 계속되자 미국도 구호품 공중 투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악시오스는 28일(현지시간) 4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백악관이 군용기를 이용해 구호품을 가자지구 공중에서 투하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는 전쟁 초기에는 구호품 공중 투하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최근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5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극한에 몰리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검문 강화와 도로 등 교통 인프라 붕괴로 육로를 통한 구호품 보급이 난항을 겪자 대안 모색에 나선 것이다.
구호단체들은 구호품 보급을 확대하지 않으면 가자지구의 광범위한 기근은 불가피하다며 연일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25%가 임박한 기아 위기에 직면한 상태이며, 가자지구 북부의 2세 미만 어린이 6명 중 1명은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비영리단체 ‘프로젝트 호프'(Project HOPE)는 이달 3일부터 3주간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 발라 병원에서 치료받은 임산부의 21%가 영양실조 상태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위기 상황에도 구호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인도주의 활동가들은 전했다.
구호품에 대한 이스라엘의 국경 검문 절차가 까다롭고 이동 제한 조치에 활동가들의 비자까지 동결되면서 이달 가자지구 구호품 보급량이 1월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미국 행정부의 당국자는 “상황이 정말 안 좋고, 트럭으로는 충분한 지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공중 투하와 같은 절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미국에 앞서 프랑스와 네덜란드, 영국 등이 구호품 공중 투하 작전에 참여했다.
27일에는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요르단이 가자지구 해안 지역에 즉석식품을 비롯한 구호품을 공중 투하했다.
캐나다도 구호품 조달을 위한 공중 투하 작전을 다음 주 안에 수행하기로 했다고 미국 CBS 방송이 캐나다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미국 행정부 내에서도 공중 투하에 대한 논의가 무르익기 시작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구호품 공중 투하 방식에 한계도 있다.
군용기에 실을 수 있는 구호품은 트럭 1~2대 분량으로 제한적인 데다 분쟁 지역 상공에 항공기를 띄우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또 구호품을 실은 낙하산이 잘못 떨어질 경우 지상에 있는 사람과 충돌할 위험도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당국자들은 가자지구 주민들의 필요를 충족할 수준의 구호품 보급은 공중 투하 방식만으로는 어렵고, 결국 안정적인 육로가 확보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우선 과제 역시 매일 수 백대의 트럭이 가자지구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가자지구 남부 국경도시 라파의 법과 질서가 무너져 기존에 확보한 육로를 통한 물품 조달이 더욱 방해받고 있다며 “새로운 통행로를 개설하기 위해 긴급히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