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차를 마시는 것이 두경부암에 걸릴 위험을 덜어준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간) 《암(Cancer)》에 발표된 미국 유타대 연구진이 주도한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이다.
두경부암은 구강암, 후두암, 인두암, 침샘암, 갑상선암, 비부비동암을 포괄한다. 세계적으로 매년 60만 명 정도의 신규환자가 발생한다. 한국의 경우 매년 5000명가량의 신규환자가 발생하며 2023년 현재 2만9000명 이상이 두경부암 진료를 받았다.
이번 연구결과는 커피와 차를 마시는 것이 두경부암 예방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구강암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커피와 차에 든 카페인 자체보다는 커피와 차를 마시는 습관 자체가 발암 위험을 낮춰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타대 헌츠만 암연구소의 위안 친 에이미 리 교수(역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유럽, 북미, 남미에서 실시된 14건의 연구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차와 커피의 소비 패턴에 대한 설문을 작성했다. 9개의 연구에는 디카페인 커피 소비에 대한 데이터도 포함됐다.
연구진은 두경부암 환자 9548명과 두경부암에 걸리지 않은 1만5783명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연령, 성별, 하루 흡연량, 음주량, 과일 및 채소 섭취량 등의 요인까지 감안했을 때 카페인 커피를 하루에 4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두경부암 발병 위험이 17% 낮다는 것을 연구진은 발견했다.
특히 연구진은 이러한 커피 섭취가 구강암과 입 바로 뒤 목구멍의 일부에 암이 생기는 구인두암의 발생 확률을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것도 구강암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만 나타났다.
차의 경우 상황은 덜 명확했다. 하루에 한 잔 이하의 차를 마시는 것은 차를 아예 안 마시는 것보다 두경부암 발생 확률을 9% 낮춰주고 특히 인후두암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 교수는 “아마도 카페인 이외의 생리 활성 화합물이 커피와 차의 잠재적인 항암 효과에 기여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루에 한 잔 이상의 차를 마시면 후두암에 걸릴 확률이 38%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차를 마시면 후두암 위험과 관련된 위식도 역류 질환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연구진은 차 및 커피 음용에 대한 자가 보고가 신뢰할 수 없고 차 또는 커피의 종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연구한계라고 지적했다. 논문을 검토한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KCL)의 톰 샌더스 명예교수(영양학)는 같은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커피와 차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음주와 흡연과 같은 다른 해로운 행동을 피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다른 이유로 이러한 암에 걸릴 위험이 더 낮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