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수용·해촉 대신 해임 표현…’친윤 저격’ 羅 SNS글에 내부기류 변화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 직에서 전격 해임했다.
오는 14일 6박 8일간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기간에 나 전 의원의 저출산위 부위원장 사의 표명에 침묵을 이어갈 것이라는 당초 기류에서 급변한 것이다.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오늘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화사회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 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혔다.
브리핑은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금요일 저녁 즈음에는 통상 대통령실 브리핑이 열리지 않는데, 갑작스럽게 오후 5시로 브리핑 시간이 공지됐다.
김 수석은 ‘해촉’이나 ‘사의 수용’ 등의 표현 대신에 ‘해임’이란 표현을 썼다.
통상 ‘해임'(解任)은 그 직책을 ‘그만두게 한다’는 뜻으로 다소 강경한 뉘앙스를 담고 있다. 대체로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의도를 담을 때에는 ‘해촉'(解囑·직책에서 물러나게 한다)이라는 용어를 정치권에선 쓰곤 한다.
나 전 의원의 경우 먼저 저출산위 부위원장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에 ‘사의를 수용한다’ 등의 표현을 쓸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그럼에도 나 전 의원을 두 직책에서 해임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일련의 상황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이 사의를 밝히지 않은 기후환경대사 직까지 함께 해임한 점은 이같은 강경 기류가 읽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나 전 의원이 이날 오전 10시께 올린 페이스북 글이 기류 변화에 ‘불씨’가 됐다는 해석이 대통령실 안팎에서 나온다.
나 전 의원은 해당 글에서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혀 ‘친윤 저격’ 논란을 낳았다.
장관급인 저출산위 부위원장과 함께 기후대사 공직을 맡겼음에도 나 전 의원의 정치적 활동이 ‘선을 넘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나 전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출마 여부로 정치권 이슈의 중심에 선 가운데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이 이어지면, 자칫 이번 순방 성과가 부각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대통령실의 내부 판단이 함께 작용했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윤 대통령이 ‘결자해지’했다는 것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해임이라는 ‘확실한’ 의중이 담긴 결론을 내리면서 대통령실이 자의건 타의건 전당대회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해석도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