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있는 헬기 좀 빨리 보내 주세요.”
8일 오후 경남 합천군 내기 마을회관 입구에서 만난 이연이(74) 씨는 대응 3단계가 발령된 산불 현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신속한 진화를 요청했다.
이 씨는 “소 15마리를 키우는 데 농가가 화재 현장과 인접해 접근할 수가 없어 걱정된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내기 마을회관에는 1㎞여 떨어진 장계 육정마을에서 온 60∼90대 주민 15여명이 대피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 60대 주민은 “오후 2시부터 흰 연기가 올라오더니 폭탄이 터진 것처럼 큰 봉우리가 발생했다”며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마을 토박이라는 80대 주민은 “종일 마을 전체에 뿌연 연기가 가라앉았고, 메케한 냄새가 지독하게 퍼졌다”고 토로했다.
회관에는 가족이 걱정돼 다른 지역에서 온 아들도 있었다.
이문숙(61)씨는 합천에 있는 친구로부터 화재 소식을 접하고 부모님이 걱정돼 120여㎞ 떨어진 경남 김해에서 단숨에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날 불은 오후 1시 59분께 시작됐다.
현재 산림 당국은 헬기 33대, 산불진화대원 549명 등을 투입해 큰불을 잡고 있다.
소방 당국은 현재 민가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차 등 방어선을 구축해 대응 중이다.
이날 산불로 오후 6시 기준 합천군 안계마을과 장계마을, 관자마을 등에서 주민 214명이 인근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지금까지 인명 피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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