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도심 풍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고액 아르바이트를 모집해 일본 전역에서 강도 행각을 벌이는 신종 범죄에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범죄 지시역으로 알려진 인물이 현재 필리핀의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 경찰이 송환을 요청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27일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작년부터 수도권 등 14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20건 이상의 강도 및 절도 사건에 동일 범죄단체가 관여한 것으로 일본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쓰유키 야스히로 일본 경찰청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주모자 검거가 중요하다”며 “신속히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강도 사건의 공통점은 SNS로 고액 보수를 약속하는 ‘어둠의 아르바이트 실행역’을 모집한 후 이들에게 주택이나 점포에 침입하게 해 주인을 결박하고 금품을 빼앗게 하는 수법이다.
일본 경찰은 ‘루피’, ‘김’ 등으로 불리는 ‘지시역’이 필리핀에서 텔레그램을 통해 범행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10월 이후 도쿄와 이바라키, 도치기, 사이타마, 지바, 가나가와, 히로시마, 야마구치 등 8개 광역지자체에서 발생한 14건의 강도 사건과 함께 오사카와 군마, 시가, 교토, 오카야마, 후쿠오카 등 6개 광역지자체에서 발생한 최근 강도 및 절도 사건도 유사한 수법으로 미뤄볼 때 동일 그룹의 소행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각지 경찰은 10∼30대의 실행역 30여 명을 체포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 중에는 지난 19일 도쿄에서 발생한 강도 살인 사건 용의자도 포함돼 있다.
경찰 당국은 지시역이 실행역을 교체하면서 각지에서 강도와 절도를 반복하는 것으로 보고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해 주모자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주모자는 ‘일당 100만엔(약 1천만 원)’ 등 고액 보수를 조건으로 실행역을 모집했다.
작년 11월 야마구치현에서 발생한 강도 미수 사건으로 체포된 20대 남성은 SNS에서 일당 100만엔 게시물을 보고 구인 담당자에게 전화했더니 ‘보수 100만 엔의 다타키’라는 설명을 들었다.
이 남성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다타키가 강도를 의미하는 은어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고액 보수 유혹에 범죄에 가담했다고 한다.
작년 5월 교토시 손목시계 점포 사건으로 체포된 40대 여성은 ‘1회 수백만엔(수천만원)’이라는 문구에 혹해 범죄에 가담했다가 체포돼 법원에서 징역 2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시역은 ‘어둠의 아르바이트’에 응한 실행역에게 운전면허증과 얼굴이 동시에 나오는 사진을 찍어 보내도록 요구했다.
체포된 한 실행역은 “사전에 신분과 가족구성을 알려줬기 때문에 나중에는 그만두고 싶어도 가족과 직장에 위해가 가해질 수 있어 그만둘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경찰이 필리핀 마닐라에 인근에 있는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에 구속된 일본인 남성 4명의 송환을 필리핀 당국에 요청했다고 수사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헤수스 크리스핀 레물라 필리핀 법무장관은 “2021년 구속돼 시설에 수용된 와타나베라는 인물을 일본 경찰이 루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교도는 루피로 불리는 인물을 포함해 송환을 요청하는 4명 중 2명이 강도 사건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일본 경시청은 이들 모두 특수사기 사건으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강도 사건과 연관성을 조사할 방침이다.
NHK는 “이 인물(루피)이 발신지 번호 등으로 보면 필리핀에 체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SNS ‘어둠의 아르바이트’를 통해 강도 일당을 모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