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특별비상계엄이 0시를 기해 선포됨에 따라 광주 전역에 수천 명의 공수병들이 쫙 깔렸다. 새벽 일찍부터 방습복 차림에 시내 도청 앞으로 출동했다. (중략)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체포된 어느 남녀 데모대 2명이 계엄군의 구둣발에 차이며 끌려가고. (중략) 점심밥조차 넘어가지 않았다.”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은 최근 5·18 현장의 전투경찰이 쓴 일기장을 기증받았다고 14일 밝혔다.
1980년 이후 현직 경찰관으로 복무하다 퇴직한 경찰관 A씨가 43년간 보관한 기록물로, 당시 급박한 현장 상황을 담고 있다.
5·18 현장에서 쓰인 경찰의 일기장은 매우 희귀한 자료라고 기록관은 평가했다.
A씨는 1979년 말부터 1980년 9월 초까지 전남도경 제2중대원으로 근무 당시 상황을 꼼꼼하게 내려썼다.
특히 1980년 봄 광주에서 전개되는 학생들의 민주화 시위가 뜨거워진 과정을 남기고자 일기에 신문 기사를 오려 붙이는가 하면 진압에 나선 전투경찰의 고충도 담담히 기록했다.
광주에 파견된 공수부대가 기존 경찰과 달리 무자비하게 시민들을 탄압하는 현장, 집단 발포가 있던 날 시민군과 계엄군의 대치 상황도 낱낱이 적었다.
A씨는 그해 5월 27일 계엄군의 진압이 끝난 후 재소집령을 받아 복귀한 뒤 31사단에서 진행된 삼청교육대 차출 활동상도 일기에 담았다.
일기장을 전달한 A씨는 “5·18 일기장은 당시 전투경찰에게도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아 오랫동안 오월을 기억하고, 다시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고 기증 취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