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로고
미 법무부가 21일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으로 인해 애플이 기업 분할이나 사업 부문 매각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법무부는 이날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을 발표하면서 26년 전인 1998년 5월 제기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한 반독점 소송을 언급했다.
법무부는 애플이 “MS와 같은 전술(tactic)을 많이 썼다”며 이에 고객들에게 “더 높은 가격, 더 적은 신제품, 더 나쁜 사용자 경험”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애플이 과거 MS처럼 스마트폰 시장에서 막강한 힘을 이용해 경쟁과 혁신을 저해하고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MS는 1990년대 당시 윈도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 세계 거의 모든 데스크톱 컴퓨터 운영체제의 90%를 장악하고 있었는데, 이런 윈도의 독점력을 이용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묶어 팔았다.
1998년 기소된 MS에 대해 1심 법원은 MS가 다른 회사들의 시장 경쟁 노력을 봉쇄해 왔다는 법무부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 MS를 2개 회사로 분리하고 이후 10년간 재결합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이면서 MS는 위기를 맞았다.
세계 최대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에서 나온 이런 판결을 회고하듯 법무부 안팎에서는 기업 분할 가능성이 거론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을 요구한 미 법무부 관계자가 “법무부가 기업 분할을 포함해 애플 사업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사건에서 법무부가 요구할 수 있는 추가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도 미 법무부가 26년 전 MS를 꺾은 전술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법무부 고위 관계자들은 애플 소송을 AT&T, 스탠더드 오일, MS에 대한 소송을 포함하는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반독점 사건들에 비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 법무부가 성공할 경우 잠재적인 처리방안은 회사 분할 명령부터 애플의 계약 체결이나 사업 운영 방식 변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회사인 AT&T는 1984년 반독점법 소송에서 패소한 뒤 몇 개의 지역 전화회사로 강제 분할됐고, 스탠더드 오일 역시 1911년 판결로 34개 회사로 쪼개졌다.
다만, MS의 경우 2001년 6월 항소법원은 1심 판결을 대부분 유지하면서도 회사분할 명령은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내면서 분할 위기를 넘겼다.
법무부는 회사 분할 계획을 포기하고 3개월 뒤 MS와 독점 문제 해소를 위해 MS에 5년간 제한을 가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도출했다.
애플 소송이 기업 분할 등으로 이어질지는 유죄 판결 여부와 구제책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와야 결정된다.
다만, 1990년대 MS가 데스크톱 컴퓨터 운영체제를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있었던 과 달리 아이폰의 미국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50% 남짓이어서 기업 분할까지 가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