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을 탈출한 얼룩말 한 마리가 서울시내 도로와 주택가를 활보하다 3시간여 만에 복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서울어린이대공원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23일 오후 2시40분께 2021년생 수컷 얼룩말 ‘세로’가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우리 주변에 설치된 나무 데크를 부수고 탈출했다.
세로는 20여분간 차도와 주택가를 돌아다니다가 동물원에서 1㎞가량 떨어진 광진구 구의동 골목길에서 포위됐다.
경찰과 소방당국, 공원 사육사들은 세로를 둘러싸고 안전 펜스를 설치한 뒤 총기 형태의 마취장비 ‘블루건’을 이용해 일곱 차례 근육이완제를 투약했다.
마취돼 쓰러진 세로는 회색 천에 덮인 채 화물차에 실려 탈출 3시간30분만인 오후 6시10분께 동물원으로 복귀했다.
세로가 동물원 나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승용차와 부딪히는 사고도 있었다.
세로는 오후 2시45분께 이면도로에서 튀어나와 광진구 자양로 2차로를 달리던 QM6 승용차 조수석을 들이받았다.
운전자 정모(26)씨는 “오른쪽 골목에서 갑자기 얼룩말이 달려와 피할 겨를도 없이 부딪혔다”고 말했다.
세로는 2021년 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났다고 공원 관계자는 전했다.
시민들은 얼룩말이 골목길을 활보하는 생전 처음 보는 모습에 신기하면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포획돼 나오는 얼룩말을 구경하려고 경찰차 등으로 막힌 골목 입구에 주민 수십명이 모여들기도 했다.
광진구 주민 박성수(61)씨는 “근처에 주차하고 내리자마자 눈앞에서 얼룩말이 더벅더벅 걸어갔다”며 “‘동물의 왕국’에서나 보던 장면을 처음 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정재술(65)씨는 “송아지보다 크고 잘생긴 얼룩말이 골목으로 빠르게 뛰어 들어갔다”며 “지나가던 학생들이 다 놀라서 가게 문으로 들어갔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어린이대공원 관계자는 “탈출 원인 등을 면밀히 조사해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얼룩말 건강을 위해 대공원 수의사 및 담당 사육사들이 전담해 돌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대공원에서는 2005년 4월에도 코끼리 6마리가 탈출하는 소동이 있었다.
당시 공연 중이던 코끼리 1마리가 갑자기 놀라 뛰기 시작하자 나머지 코끼리들이 한꺼번에 탈주를 시작했다.
탈출한 코끼리들은 사람을 들이받고 인근 음식점 집기를 부수거나 가정집 정원을 짓밟는 등 난동을 부리다 5시간 만에 수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