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들에게 둘러쌓인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에 대해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진행 중이고 의회도 본격적 조사를 예고한 가운데 경호 실패론을 둘러싼 각종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호를 맡았던 미국 비밀경호국(SS)을 둘러싼 의문은 한둘이 아니다.
현장 투입 요원들의 판단부터 소통 과정에 노출되는 불협화음, 지역 인력과의 공조 노력, 사전 준비와 사후 대처까지 전반에 걸쳐 부실 정황이 노출되는 상황이다.
◇ 유세장 지척 전망대 같은 지붕에 어떻게 올라갔나
가장 큰 의문은 총격 용의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13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유세장 인근 건물 옥상에 어떻게 접근했는지다.
총격 용의자 토머스 매슈 크룩스(20·사망)는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주의 이 건물 지붕에서 AR 계열 556 소총을 이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총격을 가했다.
NBC뉴스는 비밀경호국 작전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 건물 옥상은 이번 피격 사건 이전에도 알려진 경호 취약 장소였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누구도 지붕에 올라갈 수 없게 누군가(경찰 등) 지붕 위에 있었거나 이 건물을 확보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건물 옥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연단까지 시야를 차단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 무려 26분 전에 신고…비밀경호국·경찰 위험신호 묵살했나
다음 의문은 당시 건물 지붕 위를 기어 다닌 총격 용의자가 여러 명에게 목격됐는데 이에 대한 경고가 비밀경호국에 제대로 전달됐는지 여부다.
시민들에게서는 경찰에 알렸지만 총격 용의자가 발포 전 몇분간 계속 움직였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지역방송인 WPXI는 현장에 있던 응급구조 대원이 총격 26분 전에 경찰에 총격범의 수상한 거동을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용의자 크룩스는 충격 직전에 현지 경찰관에게도 발견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 주변 경호원들에게 이 정보가 곧바로 전달됐는지 불분명하다.
◇ 관할영역 칸막이 논란…서로 미루다가 실패 불렀나
비밀경호국이 트럼프 전 대통령 경호를 지역 경찰에 너무 의존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세 번째로 제기된다.
크룩스는 경찰이 ‘부수적 고리’라고 부르는 곳에서 총을 쐈는데 이런 장소는 비밀경호국이 아니라 지역 및 주 경찰관들이 순찰했다.
전직 비밀경호국 요원인 조너선 바크로는 “지역 법 집행 파트너들에게 의존할 때는 위협에 대해 그들이 무엇을 하기를 기대하는지 신중하게 계획을 세워 말하는 것이 좋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현지 카운티 보안관은 경호 실태를 인정하면서도 어느 한쪽을 탓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사전준비 확실했나…”요원들 너무 얇게 퍼져 있었다”
경호 인력이 충분했는지도 의문이다.
미 하원 정부감독위원장을 지낸 공화당 소속 제이슨 체이피츠는 비밀경호국이 “너무 얇게 퍼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은 비밀경호국을 산하에 둔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이 반복되는 경호 강화 요청을 묵살했다고 주장하지만, 비밀경호국은 이를 부인한다.
◇ 피격 후 대피 신속했나…’주먹 세리머니’ 등 아찔한 순간이었을 수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피시켰는지도 의문이다.
피격 당시 영상을 보면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재빨리 에워싸며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신발을 챙기라고 하자 잠시 멈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치켜들기도 했다.
비밀경호국 출신인 제프리 제임스는 자신 같았으면 기다리지 않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바로 대피시켰을 것이라는 입장을 제시했다.
하원 정부 감독위원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과 관련해 오는 22일 킴벌리 치틀 SS 국장을 불러 증언을 들을 예정이다.
공화당과 민주당도 비밀경호국에 대한 자체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