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면서 이란 최고지도자 제거 작전, 직접적 군사 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대이란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자비는 없다”면서 최후의 항전을 선포, 중동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앞으로 하루 이틀이 이스라엘-이란 충돌이 미국의 군사 개입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결정되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하루 단축해 급거 귀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에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날렸다.
그는 “무조건 항복하라!”고 요구했고, “우리는 (이란의) 소위 ‘최고 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이란을 30년 넘게 철권통치 해온 하메네이를 겨냥해 ‘제거'(take out), ‘살해'(kill)라는 단어를 연달아 사용했고, “우리의 인내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하메네이는 맞대응에 나서며 결사 항전 의지를 다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성 발언이 나온 이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테러범인 시오니스트(이스라엘) 정권에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시오니스트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페르시아어 게시물에서는 “하이다르의 고귀한 이름 아래 전투가 시작됐다”면서 시아파의 초대 이맘인 알리의 별칭인 하이다르를 소환해 이스라엘과의 전투에 역사적, 종교적 의미까지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후통첩성 발언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열고 미국의 개입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의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격화 상황에서 미군을 동원해 이란의 핵 시설을 타격하거나 이스라엘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미국이 분쟁에 직접 개입하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관측된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지하 핵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미국만이 보유한 초대형 폭탄 ‘벙커버스터 GBU-57’과 이를 운반해 투하할 B-2 스텔스 폭격기를 이스라엘에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미국이 실제로 개입한다면 이스라엘-이란 분쟁은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란은 미국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중동 내 미군기지를 공격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지원할 경우에 대비해 이란도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등 장비를 마련해놨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등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이란은 이 밖에도 자국 주도의 중동 내 군사 네트워크인 ‘저항의 축’에 속한 예멘의 후티 반군 등을 이용해 미군은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해 미 해군 함정의 작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ABC방송은 미 당국자들이 향후 24시간에서 48시간이 이번 분쟁의 외교적 해결, 또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행동 결정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엿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성 압박이 더해지면서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도시를 하루라도 빨리 빠져나가려는 시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AP통신은 폭발음이 이어지고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으면서 테헤란이 텅 빈 도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