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미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피임약 ‘오필’
이달 말부터 미국에서 의사 처방 없이도 피임약을 살 수 있게 된다. 미국에서 사전 피임약이 처방 없이 판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피임권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피임약 ‘오필’ 제조사인 페리고는 이달 말부터 미 전역 주요 매장과 약국에서 의사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하다고 4일 밝혔다.
가격은 월 19만9천원(약 2만6천원)이다.
이 약은 비용, 시간 등의 문제로 의사 처방을 받기 어려웠던 젊은 여성들, 10대 청소년 등에게 특히 유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오필은 새로운 약은 아니다. 이미 50년 전에 미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받았지만 구입하려면 처방전이 필요했다. FDA는 작년 7월 오필의 처방전 없는 판매를 승인했다.
임신 예방 효과는 93%다. 콘돔이나 살정제 등 미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 가능한 다른 피임법에 비해 피임 확률이 높다.
오필은 여 성호르몬 프로게스틴 한 가지 성분만을 함유해 ‘미니 알약’으로도 불린다. 프로게스틴과 함께 에스트로겐 성분을 포함한 다른 피임약에 비해 안전한 편이다.
FDA의 비처방약물 담당 캐런 머리 부국장은 “대다수 여성에게 위험도는 아주 낮다”며 “표시사항을 읽고 이를 따른다면 위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FDA의 승인은 현재 미국에서 낙태권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과 맞물려 주목받았다. FDA는 미 연방대법원이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1973년 ‘로 대(對) 웨이드’의 판결을 2022년 뒤집은 후에 오필의 처방전 없는 판매를 승인했다.
미 일간 USA투데이는 오필에 대한 접근권 확대가 조 바이든 정부가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낙태 문제를 부각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14개 주가 낙태를 전면 금지했고, 다른 주들도 낙태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미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려는 미국인들에게 피임은 긴급한 문제가 됐다.
다만 모든 연령대에서 처방전 없이 피임약을 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움직임은 관련 전문가와 단체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페리고는 일부 온라인 사이트에서 오필 사전 주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3개월치 묶음은 49.99달러(약 6만6천원), 6개월치는 89.99달러(약 12만6천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