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 “‘5·18은 폭동·우리가족이 피해자’ 교육 받았다”

한국에 가면 바로 광주에서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에게 사죄하겠다고 밝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씨가 “제 가족의 죄가 너무 컸다”고 말했다.

전씨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어릴 때) 집에서는 5·18은 폭동이었고, 우리 가족이 피해자라는 교육을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씨는 “이후 비극을 겪으신 분들의 진실된 이야기·증언을 듣고 (진실을) 깨달았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된 사죄와 회개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마약 복용 사실 때문에 각종 발언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데 대해선 “마약을 하지 않은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을 말한 것”이라며 “용기가 부족해 마약의 힘을 빌려 말했지만, 마약에 대해선 정말 사죄를 드리고 앞으로는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자신의 마약 투약 혐의를 내사 중인 데 대해선 “조사를 받을 것”이라며 “사죄를 할 수 있는 기회조차 혜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귀국하자마자 광주에 가겠다는 자신의 계획이 경찰 조사로 무산될 가능성에 대해선 “정말 광주에 가고 싶지만 못하게 된다면 그것도 제 운명이기 때문에 따르겠다”고 언급했다.

전씨는 가족들은 처벌 가능성을 들어 자신의 한국행을 만류했다고 전했다.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공항에 도착한 전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 후 항공사에서 탑승권을 발급받았다.

전씨는 한국시간으로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마약 복용 때문에 경찰 조사가 예고된 상황에서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는.

▲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받겠다. 사죄할 기회조차 혜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기회가 없다고 하면 그만큼 고통스러울 것이다. 국민께 사죄를 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특혜이고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광주에 가고 싶지만, 못 가게 된다면 그것도 제 운명이기 때문에 따르겠다.

— 광주행에 대해 5·18 단체와 일정을 조율했나.

▲ ‘광주에 갈 계획이 있고, 도움을 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이라고 연락을 드렸는데 아직 답장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선 어떻게 배웠나.

▲ 집에서는 내가 5·18 관련 이야기를 할 때마다 ‘5·18은 폭동이었고, 우리 가족이 피해자다’라고 교육받고, 답변을 들었다. 가족들은 웬만하면 5·18 이야기는 피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이 비극을 겪으신 분들의 진실된 이야기·증언을 듣고 깨달았다. 제 가족의 죄가 너무나 컸고, 가족들이 그 사실을 저에게 숨겼다는 것이다. 나 스스로도 이기적이고 나약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진실을 외면하고 도망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사죄를 하고, 제대로 된 회개를 하고 싶다.

— 마약 복용 때문에 발언의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 이해한다.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마약을 하지 않은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을 말한 것이다. 용기가 부족해 마약의 힘을 빌려 말한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선 사죄를 하고, 앞으로 다시 복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소중한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의미 있게 쓸 수 있도록 나 자신을 잘 다스릴 생각이다.

— 비자금 등에 대해 증거를 가지고 있나.

▲ (SNS에) 올린 증거들 이외에 추가적으로 갖고 있는 것은 없다. 증거가 있다고 한들 지금 법체계 안에서 심판받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직접 한국에 가서 사죄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가족을 대신해서 사죄한다.

— 가족들은 한국행에 대해서 뭐라고 말했나.

▲ 마약 복용에 대한 처벌 가능성 때문에 한국행을 만류했다. 한국에서 처벌받으면 (현재 생활의 터전인) 미국 입국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을 버릴 각오가 돼 있다.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26일(현지시간) 뉴욕 JFK 공항에서 귀국 비행기 탑승 전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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