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에 출생한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 남성들의 퇴행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에서 진학이나 취업을 포기하고 부모 집에 얹혀사는 밀레니얼 세대 남성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25세에서 34세 사이의 미국 남성 5명 중 1명이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고 부모 집에 거주하는 같은 연령대의 미국 여성은 8명 중 1명에도 못 미쳤다.
이 같은 현상은 남성과 여성의 경제활동 변화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8월 현재 25세에서 34세 사이의 미국 남성 중 경제활동인구 비율은 89.1%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이 연령대 남성 중 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은 90% 이상이었다.
비영리단체인 아스펜경제전략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이 연령대 미국 남성의 경제활동인구는 20년 전인 2004년에 비해 70만 명 이상 감소한 셈이다.
이에 비해 같은 연령대 여성의 경제활동은 증가세다.
지난 8월 현재 25세에서 34세 사이의 미국 여성 중 경제활동인구 비율은 78.5%로 조사됐다. 10년 전에 비해 6%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무직 상태이면서 취업을 위한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는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니트'(NEET) 관련 통계도 이런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올해 상반기에 16세부터 29세 사이의 미국 남성 중 ‘니트’로 분류되는 비율은 8.6%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같은 연령대의 여성 중 ‘니트’로 분류되는 비율은 7.8%였다. 남성 니트족이 여성에 비해 26만 명가량 많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2020년 초반에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거론하고 있다.
남성의 경우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면접촉에 더 크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팬데믹 기간에 발생한 사회적 단절을 극복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니오비 웨이 뉴욕대 심리학 교수는 “남성은 감정 표현에 상대적으로 능숙하지 않다”며 “이 때문에 친구를 사귀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심리적으로 더 큰 충격을 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밀레니얼 세대 남성들의 자살률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2023년까지 25~34세 남성의 자살률은 30%나 증가했다. 이는 다른 연령대의 자살 증가율을 뛰어넘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