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단기적으론 이득…젊은 관객 발길 감소 위험도”
영화 표도 마치 콘서트나 운동경기 표와 마찬가지로 좌석 위치에 따라 가격에 차등을 두는 정책을
미국 주요 영화관 체인들이 시험 중이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영화관업계는 좌석 위치나 구입 시점과 무관하게 표 가격을 똑같이 받는 관행을 전통적으로 유지해 왔으나 요즘은 달라졌다.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 AMC는 좌석 위치에 따라 영화표 가격을 달리하는 정책을 저녁 시간대에 시행 중이다.
스크린을 올려다 봐야 해 관람객들이 꺼리는 앞쪽 좌석은 보통 표보다 1∼2 달러(1천300∼2천600원) 싼 가격으로 팔고,
선호도가 높은 중간 위치 좌석은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영화관 체인들은 또한 최근 ‘더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등 블록버스터 기대작의 개봉 첫 주말 표는
가격을 보통보다 높게 책정했으며, 이런 차등 가격 정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영화나 상영관, 상영 날짜가 특별한 경우 가격을 할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예를 들어 토요일 뉴욕의 AMC 링컨 스퀘어점에서 권투 드라마 ‘크리드 3’를 보려고 한다면
하루 3차례 상영되는 아이맥스관, 돌비관의 관람료는 2차례 상영되는 일반관 요금보다 7∼12 달러(9천∼1만6천원) 높게 책정된다.
영화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년 간 크게 줄어든 관객을 다시 끌어모으려하고 있지만,
이처럼 가격을 복잡하게 정하는 것은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소지도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테크 기업 직원 크리스 오달은 NYT에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어떻게 되든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가기는 하겠지만,
이런 선택지들을 일일이 검토해야 한다는 게 귀찮아지고 있다”며 ”
(영화관) 체인들이 왜 이렇게 하는지는 알겠지만, 고객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관들은 스트리밍 시대에 극장으로의 발걸음이 줄어든 장르의 영화에 대해서도 정상가보다 표 값을 낮추기도 한다.
코미디 영화, 통상적인 드라마 영화, 예술영화가 이에 해당한다.
가격에 민감한 노년층 관람객을 모으기 위해 일부 영화의 표 값을 낮게 책정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일부 영화관들은 영화 ’80 포 브래디’, ‘오토라는 남자’의 표 값을 낮춰 관객을 맞이했다.
파라마운트 픽처스의 국내 배급 담당 크리스 애런슨 사장은 NYT에 이런 움직임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지금까지 (영화관)업계에서 가격 책정에 있어 유일한 혁신은 가격 인상뿐이었다”고 말했다.
’80 포 브래디’의 배급사인 이 영화사는 영화관들에 표 값 인하를 촉구했다.
영화표 가격 차등 정책이 확산하는 것과 관련, 영화관 회원제 구독서비스 ‘무비패스’의 공동창업자인 스테이시 스파이크스는
대형 영화관 체인들이 변동 가격 책정을 폭넓은 규모로 할 수 있는 기술을 획득한 데 따른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정책이 영화관들에게) 단기적으로는 재정적으로 이득일 수 있으나
가격에 좀 더 민감하고 미래 성장의 열쇠이기도 한 젊은 고객들이 영화관을 찾는 일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