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0월14일부터 수입된 가공 목재에 10%의 관세를, 소파 및 화장대와 주방 찬장 등 수입 가구에 2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고 백악관이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이에 따라 10월14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연질 목재와 제재목에는 10% 관세가 부과된다.
나무로 짠 주방 찬장, 화장대, 그리고 소파나 의자처럼 목재에 천을 씌운 가구에는 25% 관세가 부과된다.
이들 품목을 수출하는 국가는 올해 안에 미국과 무역협정이 맺어지지 않을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세율이 30%(천을 씌운 가구)와 50%(주방 찬장·화장대)로 높아진다.
예외적으로 미국과 이미 협상을 타결한 영국의 경우 목제품에 10%의 관세가 적용되고,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세율이 15%를 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에서 이번 조치를 통해 “(목재 산업의) 공급망을 강화하고, 산업 회복력을 증진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목제품의 국내 설비 활용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목재와 목제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의 표심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
목재 산업의 중심지이던 노스캐롤라이나의 가구 제조업이 저가의 수입산 공세에 밀려 침체했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가구와 주방 찬장 등은 주로 중국과 베트남, 멕시코에서 생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서 “가구 산업을 중국과 다른 나라에 완전히 빼앗긴 노스캐롤라이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미국 내에서 가구를 생산하지 않는 어떤 나라에든 상당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캐나다의 타격도 예상된다. 지난해 캐나다가 수출한 연질 목재의 90%가 미국으로 갔다.
캐나다의 컨설팅 업계 한 관계자는 연질 목재의 경우 기존 관세에 10%의 추가 관세가 붙으면서 총관세율이 45.16%에 달하게 됐다며 “캐나다 목재 산업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다만 미국 수입목재 시장에서 캐나다의 높은 점유율을 고려하면, 10%의 추가 관세율이 캐나다에 ‘직격탄’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이번 조치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에는 좀 더 정교하고 점진적으로 관세를 매기는 방식을 택했지만, 결국 주택 건설업자와 소비자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조치는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구리 등 수입품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는 데에도 같은 법률을 적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