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소방당국 현장 지휘책임자였던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의 부실한 대응이 인명피해를 키웠다고 결론 내리고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22일 “용산소방서장의 부실한 구조 지휘가 피해 확산에 중요한 원인이 됐다”며 최 서장 구속수사 방침을 공식화했다.
◇ “40분간 무전 듣고 지휘팀장과 대화만”
특수본은 소방당국 근무기록과 현장 CC(폐쇄회로)TV 등을 분석한 결과 최 서장이 현장에 도착한 10월29일 오후 10시28분부터 지휘권을 선언한 오후 11시8분까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최 서장이 현장에 도착한 시각 이미 인파 끼임으로 대규모 사상자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 서장은 40분 동안 무전을 듣고 이모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과 대화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현장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특수본은 파악했다.
참사 당시 대응 1단계는 현장지휘팀장이 오후 10시43분에, 2단계와 3단계는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각각 오후 11시13분과 오후 11시48분에 발령했다. 10명 이상 인명피해가 발생할 때 발령하는 대응 2단계는 자치구 긴급구조통제단장, 즉 용산소방서장도 발령할 수 있다.
특수본은 당시 최장 20m에 이른 인파 끼임이 완전히 해소된 시각을 오후 11시22분으로 보고 있다. 최 서장이 대응 단계 발령 등 지휘를 제대로 했다면 구조에 소요된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소방서장의 사고 후 조치는 매우 부적절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인파에 끼어있던 피해자들을 한 명씩 빼내는 과정에서 전문가에 의한 심폐소생술(CPR)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고, 응급환자 분류가 제대로 되지 않은 데에도 소방당국 책임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참사 발생 직후인 오후 10시18분께 현장 인근에 있던 경찰관들이 이태원역 쪽에서 인파에 깔린 시민들을 한 명씩 빼내려고 시도했다. 경찰은 인명구조가 여의치 않자 오후 10시27분께 세계음식거리 쪽으로 돌아 들어가 대열 뒤편에서 구조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소방당국의 구호 조치가 경찰보다 늦은 데는 최 서장 등 지휘부 책임이 크다고 특수본은 보고 있다.
최 서장은 특수본의 이러한 판단을 거듭 반박했다.
최 서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휘권을 선언하기 전에는 직접 지시한 내용이 무전 기록에 없지만, 옆에 함께 있던 지휘팀장을 통해 구조 지시를 무전으로 전달했다”며 “대열 앞쪽에서 도착하는 구급대원들을 뒤쪽으로 보냈고 대응 1단계가 발령된 뒤에는 뒤쪽으로 이동해 (끼인 시민을) 빼내는 작업을 같이했다”고 주장했다.
◇ “인파 때문에 일단 철수” 보건소장 해명도 허위 정황
참사 당시 현장과 가까운 순천향대병원에 1순위 응급환자 아닌 사망자가 대거 이송되면서 응급조치가 필요한 환자들이 짧지 않은 시간 사실상 방치됐다. 특수본은 응급환자 분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소방당국은 물론 용산구보건소의 책임이 있는지도 따져보고 있다.
특수본은 이와 관련해 참사 직후 현장에 도착했으나 인파 때문에 접근하지 못했다는 최재원 용산구보건소장의 해명이 사실과 다른 정황을 파악하고 당시 그의 행적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최 소장은 오후 11시30분께 현장 인근에 도착했다가 인파에 밀려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채 구청으로 돌아갔다가, 이튿날 0시9분 현장에 다시 간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내부 문서에 오후 11시 30분께부터 현장에서 곧바로 구조를 지휘했다고 거짓으로 기재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로 입건된 상태다.
특수본은 최 소장이 현장을 들르지 않고 자택에서 곧바로 보건소로 갔다가 부하 직원과 함께 현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수본은 사고 현장 임시안치소에 옮겨진 한 피해자의 맥박이 뛰는 것을 소방대원이 확인하고 CPR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시 피해자가 생존 상태였는지 등을 확인 중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소방대원 보디캠으로 2분간 CPR 이후 중단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소명하는 데 필요한 자료라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소방청은 사망자를 임시안치소 바닥에 내려놓는 과정에서 동료 대원의 숨소리를 피해자의 호흡으로 착각해 CPR을 했고, 맥박 역시 측정 과정에서 구조대원 자신의 맥박을 오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급대원이 심전도 리듬을 측정한 결과 ‘리듬 없음’ 즉 사망으로 확인돼 CPR을 중단했을 뿐 이송된 피해자의 맥박이 확인한 사실은 없다는 것이다. 이송 전 이 피해자의 사망 판정은 재난의료지원팀(DMAT)이 했다고 소방청은 전했다.
특수본은 오는 23일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총경) 등 핵심 피의자에 대한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에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핼러윈 위험분석 보고서 삭제에 관여한 혐의(증거인멸교사)로 검찰에 송치된 박성민(55)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51)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의 구속기한은 내년 1월 1일까지로 연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