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정부 회계연도의 이달 말 종료를 앞두고 하원 내에서 분열이 계속되면서 미 연방 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위기가 19일 고조되고 있다.
특히 하원에서 근소하게 다수당 지위를 갖고 있는 공화당 내에서 예산 처리와 관련해 여러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유권자에 대한 시민권 증명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셧다운도 불사해야 한다는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구도 상황을 더 복잡하게 하고 있다.
하원은 전날 저녁 정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한 6개월 임시예산안(CR)을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주도한 이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현 220명) 중 14명이 반대했다.
이 임시예산안은 투표 등록 시 시민권을 증명하도록 하는 내용과 결부돼 있으며 이 때문에 민주당(현 211명)에서는 3명을 빼고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임시예산안은 표결 전부터 부결이 예상돼 있었다.
민주당은 임시예산안이 신규 유권자가 투표 등록시 시민권을 증명하도록 하는 내용과 연계되면서 반대 방침을 밝힌 데다 공화당 내에서도 임시예산안 기간 등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현재도 비시민권자의 투표는 불법이고 비시민권자의 투표 적발 사례가 드물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신규 유권자에 대한 시민권 증명 요구를 정파적인 것으로 보고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 대선에서 부정 선거가 있었다고 보는 적지 않은 공화당 내 강경파들은 투표 자격 증명 요건 강화(일명 세이브 법안)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셧다운을 해서라도 이를 관철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은 불법 이민자들을 유권자로 등록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선거 보안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공화당은 의회에서 정부 예산을 처리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오후에도 “만약 세이브 법안이 그 내용 그대로 통과되지 않는다면 공화당은 어떤 방식이나 형태로든 임시예산안에 동의해선 안 된다”면서 “민주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유권자로 등록시키고 있으며 이들은 올해 대선에서 투표하게 될 텐데 이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임시예산안 처리 여부 및 기간 등에 대해서 공화당 하원의원간에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6개월이 아닌 3개월짜리 임시 예산안을 선호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대선 뒤에 다른 법안까지 연계해 통합적인 방식으로 정식 예산안 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극우 강경파는 연말에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통합적 방식의 예산 처리에 반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임시예산안을 처리할 경우 6개월을 더 선호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보도했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하고 취임한 뒤 내년에 정식예산안을 처리할 경우 이 예산안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존슨 의장은 부결 뒤 “다른 계획을 세우고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이미 동료들과 그들의 많은 아이디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바로 잡을 시간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회계연도는 이달 말 종료되며 이때까지 예산안이 처리가 안 되면 10월 1일부터는 연방 정부가 셧다운된다.
다만 미국 여야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셧다운은 피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상원과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간의 협상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