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천연가스 시추에 대한 과거 입장 때문에 핵심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곤란한 상황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을 때 셰일가스를 시추하는 기술의 일종인 수압 파쇄법(fracking·프래킹)을 금지하겠다고 했는데,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지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에서는 프래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많기 때문이다.
수압 파쇄법은 암반에 액체를 고압으로 주입해 균열을 일으켜 가스를 분리해 내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해 환경단체들이 반대한다.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 선거캠프는 입장을 바꿔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천연가스가 경제와 문화의 동력이자 삶의 일부인 펜실베이니아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프래킹을 제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이런 우려 때문에 31세 이매뉴얼 파리 씨처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할만한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그는 기후변화가 실제라고 믿으며, 가족이 운영하는 직원 400명 규모 건설회사의 사업 영역을 청정에너지로 확장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경영’으로 석사학위를 받기까지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할 계획이다.
그는 “우리가 다른 모든 에너지를 폐기하고 바로 태양광과 풍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면서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정책이 지역 에너지 산업의 성장을 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권자들의 이런 인식은 펜실베이니아를 대선 승리에 필요한 ‘블루 장벽’의 기둥으로 세우려는 민주당의 구상에 차질을 줄 수 있다.
‘블루 장벽'(Blue Wall)은 역대 대선에서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한 주들을 일컫는 표현으로 이번 대선에서는 특히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3개 경합주를 지칭한다.
이들 3개 주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탈환했는데 민주당이 이번에 수성하지 못하면 대선 승리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은 진보적인 환경정책을 도입한 캘리포니아주 출신인 데다가 석유·가스 산업과 자주 충돌한 경력이 있어 바이든 대통령의 2020년 선거 때보다 펜실베이니아에서 더 어려운 싸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WP는 관측했다.
해리스 부통령보다 중도 성향으로 평가되며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에서 태어난 바이든 대통령조차도 2020년에 고작 8만1천표 차이로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중도 성향의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면 에너지산업에 의존하는 펜실베이니아 유권자들을 안심시켰을 수도 있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2040년까지 미네소타주의 전력망을 전부 친환경 에너지로 바꾸겠다고 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낙점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 천연가스 산업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FTI 컨설팅이 가스산업계 의뢰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펜실베이니아 토지 소유주 약 20만명이 자기 토지에서 가스정을 운영하게 한 대가로 총 60억달러 이상의 사용료를 받았다.
2022년에 약 12만명이 프래킹과 관련된 일자리를 가졌는데 평균 연봉이 9만7천달러를 넘었다.
가스산업은 주와 지역 정부에 총 32억달러의 세수를 창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