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쿠올
발정기가 지나면 대부분의 수컷이 죽고 암컷만 남는 특이한 생태로 유명한 호주의 멸종위기동물 ‘북부 쿠올'(northern quoll)의 비밀이 풀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호주 선샤인코스트 대학과 퀸즐랜드 대학 연구진은 이날 국제학술지 ‘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북부 쿠올 수컷이 단명하는 원인을 ‘수면부족’으로 진단했다.
주머니고양이과에 속한 유대류의 일종인 북부 쿠올의 수컷은 교미철이 되면 막대한 거리를 이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잠을 전혀 자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선샤인대 소속 선임강사 크리스토퍼 클레멘테는 “이들은 가능한 많은 짝과 교미하기 위해 장거리를 이동하며, 암컷을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쓰기 위해 수면을 포기할 정도로 강렬한 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호주 북부의 그루트아일런드섬에 서식하는 북부 쿠올 수컷의 몸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뒤 42일간 움직임을 추적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일부 수컷은 하룻밤 새 10㎞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사람으로 치면 밤새 거의 40㎞를 걸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그런 까닭에 북부 쿠올 수컷은 교미철이 지나면 건강 상태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해 죽음을 맞는 게 일반적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수명이 1년을 넘기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발정기를 맞은 수컷은 주변을 제대로 경계하지 않고 털 관리에 소홀한 탓에 포식자에 잡히거나 차에 치이고 치명적인 기생충에 감염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서식지에서 멀리 이동하지 않는 암컷은 최장 4년까지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의 수석 저자인 선샤인코스트대 소속 전문가 조슈아 가쉬크는 “장기간의 수면부족과 이와 연관된 증상들은 회복을 불가능하게 할 수 있으며, 이것은 교미철 이후 수컷들이 죽음을 맞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부 쿠올 수컷이 생존에 해가 될 정도로 잠을 자지 않는다는 건, 수면부족이 신체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데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현지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북부 쿠올의 야생 개체수는 현재 10만 마리 수준이지만 사탕수수두꺼비와 고양이 등 외래종의 위협과 서식지 파괴 탓에 빠른 감소세를 보인다.
북부 쿠올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위기종(endangered)’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