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후유증에 ‘원팀’ 비상…지도부, 조기 수습에 이심송심 논란 재점화
‘중도하차’ 정세균·김두관, 승복 촉구에 중립지대 의원들도 가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턱걸이 과반’으로 후보로 선출되면서 제기된 이른바 ‘무효표 처리’ 문제로 내분이 확산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이 표 계산 방식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 결선 투표를 정식으로 요구하자 이 후보 측은 사실상의 ‘경선 불복’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양측간에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공방도 계속됐다.
이런 가운데 송영길 대표가 이 후보 선출을 재확인하고 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면서 경선 국면 내내 사그라지지 않던 ‘이심송심’ 논란도 재점화됐다.
사태가 가까스로 봉합되더라도 양측간 앙금을 조기에 해소하긴 어려워 보여 원팀 전열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이낙연측 “보정 후 이재명 득표 49.32%”…’부정선거’까지 거론
이낙연 캠프는 경선 결과 발표 다음 날인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도사퇴한) 정세균·김두관 후보의 무효표를 모두 유효 처리하면 이재명 경기지사의 득표율은 49.32%로 과반에 미달한다”며 “잘못된 무효표 처리를 바로 잡고 결선투표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견장에는 캠프 소속 의원 20명이 대거 참석했다.
캠프 정치개혁비전위원장인 김종민 의원은 당 선관위에 대해 “의도했다면 부정선거이고 의도하지 않았다면 실수이자 착오”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전 대표 측은 일각의 ‘경선 불복’ 프레임에는 강하게 선을 그었다.
이낙연 캠프는 이날 오후 여의도 중앙당사에 ‘무효표 처리’ 및 결선투표 실시 요구를 담은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경선 결과가 발표된 전날 밤부터 이날까지 중앙당사 앞에서 ‘무효표 처리’ 항의 농성을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서명 운동도 진행 중이다.
당원 게시판에는 “득표율 조작한 부정선거”, “송영길은 사퇴하라” 등 당 지도부의 ‘무효표 처리’를 비판하는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의 글이 잇따랐다.
지지자들은 이낙연 캠프 사무실이 위치한 여의도 대산빌딩 앞에 송 대표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승합차가 나타나자 이를 가로막다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 이재명측, 승복 선언 압박…”사실상의 불복”
이 후보측은 직접적 반격은 자제하면서도 이 전 대표측의 승복 선언을 에둘러 압박했다.
당내 게임을 끝내고 본선을 대비한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이 전 대표 측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이날 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무효표 논란’에 대해 “상식과 원칙, 당헌·당규에 따라 우리 당에서 잘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고만 했다.
캠프 총괄본부장인 박주민 의원은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 측의 이의제기에 “승복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근택 캠프 대변인은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 측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법률 논쟁으로 끌고 가는 것은 의미 없다. 사법부는 당내 경선 과정에 끼지 않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신청을 하더라도 각하될 가능성이 100%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표 측은) 이의제기가 경선불복은 아니라고 하지만 국민과 언론이 보기에는 불복으로 보일 수 있다”라고도 했다.
이 후보 측은 역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도 사퇴 후보의 표는 이번 경선처럼 무효처리됐다며 해당 사례를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는 식의 여론전도 병행했다.
◇ 송영길, 이낙연 이의제기 일축…당내 봉합 목소리 확산
당 지도부도 이의 제기에 대해 사실상 불수용 입장을 밝히며 조기 수습에 나섰다.
이 후보와 함께 대전 현충원을 참배한 송영길 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라 경선이 진행됐다는 점을 강조한 뒤 “우리 당은 어제 이재명 후보를 20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 발표했고, 제가 추천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이 후보와 최고위원간 간담회에서도 이 후보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집권여당,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라고 치켜세우면서 선대위 구성 등 선거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표 측 김종민 의원은 “송 대표나 당 최고위원 일부가 당헌·당규 내용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확신하는데 그게 착오”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 측은 과거에도 송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에 유리한 방향으로 행동했다며 이른바 ‘이심송심(李心宋心)’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중립지대 그룹에서 경선 결과를 수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경선에서 중도하차한 정세균 전 총리와 김두관 의원도 사실상 경선 승복을 이 전 대표 측에 요구하고 나서면서 내분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친문 진성준 의원은 “당규 해석상 이론의 여지가 없어 무효표 처리 번복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우상호 의원도 “당헌당규 해석을 다시 정반대로 바꾸면 당이 굉장한 혼란에 빠지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세균 캠프에 몸담았던 김민석 의원도 “누구를 밀었건 하나가 될 시간. 승복과 단합. 부동산 개혁으로 뭉치자. 원칙만이 길”이라고 말했다.